(시사쪽에 올려야하나 고민하다가 주식쪽에 올려봄)
(거래소가 열지 않는 주말 밤이라 심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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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시작을 '면화'에서 찾으려는 [면화의 제국]이나, 한국에서 사는 내가 베트남에서 생산된 옷을 입을 수 있게 된 원인을 '컨테이너'에서 찾으려는 [더 박스], 현대 정치경제사를 '석유'중심으로 설명하려는 [황금의 샘],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었거나 이름을 들어봤을 [총 균 쇠]까지 사회현상이나 역사의 흐름을 사물을 통해 설명하려는 책은 대체로 실패 확률이 낮다.

다른 변수를 애써 무시하며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경우도 많지만, 비문학은 애초에 "세상은 이렇다"며 세상의 운동법칙과 사회현상을 일반화하려는 노력의 결과이니 모른 체 하는게 예의일 수도 있다.
글쓴이의 주장과 노력에 동의하건 말건, 이런 책을 읽고 나면, 평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물들이 새롭게 보인다.

[쌀, 재난, 국가] 역시 이러한 책 중 하나이자, 이 책의 글쓴이 역시 대놓고 역시 밥상에 앉아 쌀밥을 먹다, 문득 이 책이 생각난다면 이 책을 쓴 목적을 이룬 것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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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때였나, 어느 나라 속담인지 관용표현인지 모르겠지만, "You are what you eat"이란 표현을 알게 되었다. 아마 이 표현보다 이 책을 잘 요약한 건 없을 것이다.

• 왜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가졌음에도 개인-집단간 사회적으로 개인주의보다 공동체주의가 널리 퍼져, 다름을 이해하지 못할까?
•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한국은 어째서 비슷하고 어째서 다른 것일까?
• 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가?
• 왜 우리는 불평등에 민감하고, 타인을 통해 나의 행복을 상대적으로 평가하는가?
• 현재 한국내 세대간 상호 몰이해는 어디서 시작되는 것일까?

이 책은 이게 다 우리가 쌀밥을 먹기 때문이라며, 쌀농사이론을 가져온다.
(쌀농사이론은 정말 흥미로운 이론이었는데, 이에 대해 어렸을 때 품앗이를 실제로 경험한 아버지한테 물어보려다 딴 얘기로 넘어가서 실패했음)

(아무튼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고,) 쌀농사문화는 산업화 과정에서 연공제와 호봉제로 이식되었는데, 이는 "(실제 생산성과 상관없이) 연차가 높은 사람에게 더 보상한다"는 지연된 보상에 대한 합의와 그 전제조건으로 회사가 고연차인 나를 내치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평생직장"개념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지연된 보상을 강요받는 저연차중에 "평생직장"을 믿는 사람이 없다보니, 세대간 불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연공제와 호봉제가 약속한 미래는 "오래된 미래"가 아닌 "도래하지 않을 미래"이기에 뒤에 앉아 주식창이나 보고 있는 부장보다 더 많은 일을 함에도, 정규직보다 더 위험한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더 낮은 보상을 받는 현 상황을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 생각한다.

솣밥아래 누룽지가 눌러붙듯, 사회에 눌러붙은 불화의 해소를 위해 연공제와 호봉제를 버려야 하는데, 이게 쉬울리가 있을까.

현재 조직을 이끌어가는 권력층이 되었음에도, 아직도 기득권철폐를 외치는 40~50대는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이 구조를 버릴 이유가 없고, 조직입장에서도 '동일한 연차는 동일한 생산성을 가질 것'이라 가정하는 호봉제는 너무나 편리하여, 이에 대한 폐기가 시급한 산업에서조차 다른 대안이나 제대로 된 성과평가방식이 없다. 맨날 KPI니 OKR이니 떠들어봤자 회사조직의 90%이상은 여전히 연공제와 호봉제안에 갇혀있다.

이러한 원인을 쌀에서 찾았으니 그럼 우리가 이제 쌀밥을 버리고 빵과 고기를 더 먹으면 이게 해결된다는건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변화과정에서 동아시아의 사회구성원들이 왜 지연된 보상에 대해 합의를 했던 것이고, 동아시아의 사회구조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었다.


#책 #쌀 #불평등

사진은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