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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사유정원 관람후기 1

기아 · s*********
작성일2023.05.05. 조회수355 댓글3

나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ACC를 좋아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도심에서 바람 쐬기에 참 적합한 공간이거든. 또 전시전을 관람할 수 있어서 좋고. 이번에는 ACC 복합전시 2관 사유정원 리뷰를 해보려고 해. 들어가기에 앞서서 어떤 전시전이든 솔직히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어. 내가 공부하고 있는 문학에서는 글을 쓰고 나면 작가의 죽음이라고 표현하고 있어. 이 말인즉슨 과거에는 작가가 의도한 것이 진리였다면 지금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쓰였을 수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글을 읽는 독자 스스로 생각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하나의 줄다리기 같은 거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어. 지금은 작가의 의도 파악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 하나도 모르고 나 스스로 작품을 보고 의미를 파악 해가는 것을 가장 큰 신조로 생각해. 예를 들어 어떤 생각으로 작가는 이것을 만들었을까? 머릿속에서 어떤 이미지를 형상한 걸까?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나의 해석을 찾아 나가는 게 전시전을 관람하는 나의 방식이야. 이 마음가짐을 통해서 정답을 찾기보다 내가 어떻게 느끼냐에 따라 공간이 구성된다고 생각해.

처음 사유정원 입구에 들어서면 정화용 작가의 무한이 나를 반겨주고 있어. 처음 봤을 때는 파도가 부서진다는 느낌을 받았어. 그리고 정지용 바다9 시가 떠올랐어.

바다는 뿔뿔이
달아나려고 했다.

푸른 도마뱀 떼같이
재재발렀다.

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았다.

흰 발톱에 찢긴
산호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

가까스로 몰아다 부치고
변죽을 둘러 손질하여 물기를 씻었다.

이 애쓴 해도에
손을 씻고 떼었다.

찰찰 넘치도록
돌돌 구르도록

휘동그란히 받쳐 들었다!
지구는 연잎인 양 오므라들고 … 펴고 ….

시를 읽고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떠올려 봤는데 그 모습이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데 소름이 끼쳤어. 요즘 이론으로 배우고 있는 상호텍스트성과 소급 영향 즉 현재의 작가가 과거의 작가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는 것, “기억은 이미 예견되어 있다.”(라이프니츠)가 한 이야기가 이런 뜻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
더욱이 이런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해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표면예술의 한계를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그의 세계가 확장하고 더 넓고 깊은 표현을 풍부하게 전달해 주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

AA무라카미 영원의 집 문턱에서 작품이 나와 처음 들어가서 봤을 때 2층에서 안개 링이 뿅 하고 나오는데 아이들이 이걸 터트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 마치 장풍 같다고 생각했고 연인들은 그 모습을 서로 찍어주는 모습이 참 예뻐 보였어. 그리고 전시전 가운데 있는 샹들리에 조명을 유심히 관찰하면 안개 링을 형상화한 모습이 빛으로 보여 이것 또한 작가와 관람객의 상호작용을 유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

그 이후로 왼쪽으로 가면 고휘 작가의 소리 오브젝트를 위한 구성 7번이 있어.
이야기 그대로 음악과 영상이 나오는 거울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수많은 점(오브젝트)가 있고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어. 즉 점(오브젝트)가 하나의 악보라고 보면 될 거 같아. 또 가운데 태블릿이 있는데 이것을 통해 소리와 오브젝트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어 점을 모을 수도 있고 펼칠 수도 있고 그에 따라 소리와 연출되는 영상의 모습이 바뀌는 게 신기했어. 마치 음악을 귀로 듣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즉 귀로만 듣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걸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어.

히토시 쿠리야마의 0 1 이율배반이야 작가는 이 작품을 우주에 한계가 있고 경계가 있는 것인지 혹은 그 이상 너머의 무언가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고 하나의 가정을 했다고 말했어. 이 가정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우주는 하나가 아니다. 즉 멀티버스 그리고 한 우주 안에서 어떤 물질과 에너지가 만나 생명이 탄생하고 전성기를 맞이하고 쇠퇴하고 그 현상이 다른 우주에서는 하늘에 있는 별로 보인다. 이런 그것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2층까지 이어져서 1층과 2층에서 감상할 때의 느낌이 다르다는 것과 거울이 설치되어 있어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르지만, 무한히 계속해서 이어지는 모습을 연출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어.

정성윤 작가의 두 개의 타원이야. 처음에는 왜 두 개지? 의문이 들었는데 (내가 들어갔을 때는 멈춰 있었거든) 자세히 보니까 두 개의 원판이 각기 다르게 회전하게 만들어져 있고 내가 관람할 때는 기계가 쉬는 시간이었어. 다시 작동할 때 모습을 보니까 타원은 아니고 살짝 찌그러진 두 개의 원판이 돌고 있었고 개기일식을 표현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완전히 동그랗지 못하지만 계속 노력해서 타원이 되려고 하는 불완전한 나에게서 완전한 사람이 되고 싶은 과정을 표현한 게 너무 좋았어. 인간이기에 불완전하지만, 완전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지금도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거든. 그런 모습을 이미지화해서 개기일식과 찌그러진 두 개의 타원으로 표현했다는 게 정말 놀라웠어.

이지연 작가의 얼룩무지개숲이야
솔직히 이거 사진 보고 사유정원을 알게 되었어. 인스타에 정말 자주 보였거든. 너무 예쁘고 화려한 모습을 연인들이 찍어주는데 나도 보고 싶어서 갔지. 물론 셀카로 찍으면 멀리서 찍어준 구도와는 달라서 휴지통으로 옮겨 버렸지만 둘이 간다면 꼭 인생샷을 건져 가기를 바라는 곳이야. 이렇게 작품을 보고 있으면 빛을 조각하면 이런 느낌이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
어렸을 적 무지개 하면 무지개 끝에 금은보화가 있거나 혹은 꿈의 세계로 간다는 느낌이었어. 특히 이 작품을 볼 때 고개를 올려서 볼 수밖에 없는데 그 순간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어. 내가 아기 때는 하늘을 참 자주 올려봤어. 아침 하늘이 파란지 먹구름이 끼었는지, 해님이 인사하러 나왔는지, 겨울에 하늘에서 펑펑 내리는 눈을 뛰어다니기도 했고 비가 오고 무지개가 뜨면 만화에서 본 것처럼 무지개 끝에 가면 금은보화가 있고 여기와 다른 세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무지개 끝에 가보겠다고 뛰던 생각이 들었어. 그러면서 언제 내가 하늘을 올려다 봤지? 라는 생각도 들었고 과거에는 꿈과 희망이 참 있었는데 지금은 현실에 찌들었구나. 휴식이란 걸 모르고 토요일까지 특근하고, 조각 피자처럼 시간을 나눠서 여유시간이 있으면 나를 발전하기 위해 공부하고, 운동하고, 시안을 틔우기 위해서 전시전을 보는데 과연 나는 언제 쉬어가는 휴식 시간이 있었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 지금 전시전을 보는 내가 쉬고 있는지 혹은? 공부 배움을 위해 있는지 알 수 없는 혼란이 찾아왔어.

다음에 또 2층하고 내 최애픽들만 골라서 후기를 작성해볼게 :))
긴글 읽어줘서 고마워

ACC사유정원 관람후기 1 AA무라카미 영원의 집 문턱에서

ACC사유정원 관람후기 1 고휘 작가의 소리 오브젝트를 위한 구성 7번

ACC사유정원 관람후기 1 히토시 쿠리야마의 0 1 이율배반

ACC사유정원 관람후기 1 정성윤 작가의 두 개의 타원

ACC사유정원 관람후기 1 이지연 작가의 얼룩무지개숲

댓글 3

삼성전자 · l*********

좋은 경험 공유 감사!

기아 · s********* 작성자

응 8월까지 하니까 한번이라도 더 보러가자!

작성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기아 · s********* 작성자

응 가봐 ㅋㅋ 나도 혼자 잘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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