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주식·투자

금강이아빠의 주식이야기 7편

NCSOFT · D*******
작성일2018.08.04. 조회수3,993 댓글38

짧게 썰 남기려는게 1편당 내용이 점점 길어지네요.
재미있게만 봐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이야기 시작합니다.

자주 오던 건달형님들이 당시 떠오른 대세 게임인 '리니지'를 하기 시작하면서 제가 일하던 pc방은 마치 '리니지 PC방'이 된 분위기였습니다.
1999년, 2000년 부터 일부 PC방 중에는 리니지만 설치된 pc방들이 있었습니다.
108시간 게임하다 도망가려한 대학생(?)은 이제 건달형님들과 같은 혈맹이 되어있었습니다.
보스 형님이 당연히 '군주'를 했도, 매일 10여명 이상이 PC방에 살았습니다.
pc방 규모가 큰 편이 아니라 건달형님들은 매우 중요한 단골이었습니다.
일반적인 pc방이 낮에는 초중고생들이 좀 오는 편인데, 제가 일하는 곳은 건달형님들 덕분에 낮에 초중고생들이 적었습니다.
가끔 스타 헌터맵 4:4 하는 학생들이 큰소리로 흥분하며 게임을 하면

"아따~ 뭐냐~"

이 한마디만으로 조용해지는 pc방, 덕분에 저는 꼬맹이들 상대 안해서 좋긴 하지만, 사장님 입장에서는 골치아픈 손님이기도 했습니다.
늦은 밤이 되면 형님들이 나가고, 그때서야 pc방은 여느 젊은이들의 게임 공간이 되었죠.
아마도 주변 어느 업소들 관리를 하느라 그랬나 봅니다.
그래도 우리의 108시간 대학생은 쉬지 않고 형님들 올때까지 리니지를 했습니다.
게임비를 스폰해주는 강한 형님들이 뒷배에 있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그리고 서기 2000년이 되었습니다.
새해와 동시에 새로운 손님이 pc방에 왔습니다.

이 분은 40대 중반의 대머리 아저씨로, 오자마자 pc방에 대신증권 HTS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당시 대신증권의 HTS는 가장 뛰어나기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큰 대, 믿을 신~
대신증권
황소가 나오는 이 광고만으로도 강인한 인상이었는데, 후에 알고보니 대한민국 HTS의 시초이자 선두주자였더군요.
저는 처음 계좌 만든 굿모닝증권, 후에 굿모닝신한에서 신한증권으로 바뀐 HTS를 사용했습니다만, 이 당시엔 잠시 주식은 접은 상태였습니다.

20세기의 마지막 해
앞자리 숫자가 2로 바뀐 역사적인 2000년
하지만 올드 주식투자자들은 2000년은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IMF를 극복하나 싶더만, 얼마나 ㅎㄷㄷ 한 해였는지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현대사태
년초, 3월에 시작된 '왕자의 난'으로 인해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 쫙쫙 찢어졌습니다.
이 결과 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렸죠.
현대그룹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이 부도
IMF때 LG반도체를 인수했다가 갑작스러운 반도체 불황으로 무려 10조의 빚을 진 현대전자도 아웃
얼마 전, '바이 코리아'를 외치던 기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처참했습니다.

- 반도체 불황
당시 반도체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금'이라고 할 정도로 몸값이 귀했습니다.
이전 글에도 있었지만, 용산 삼구빌딩 지하 나이트클럽에서 현금이 없으면 반도체로 술값을 받을 정도였죠.
그런데 2000년, 이런 반도체가격이 무려 1/3로 폭락합니다.
이게 얼마나 충격적이었냐면,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현대전자는 폭망했고, 삼성전자는 6개월만에 주가가 반토막이 났습니다.
당시 삼성전자가 30만원대 중반이었는데, 연말에 15만원대까지 폭락했죠.
젠장, 글 쓰다보니 당시 삼전 가격이 겁나 저렴했네요.
여튼 지금은 주식 투자자들이 야간에 미국 주가를 챙겨봤지만, 당시에는 밤에는 미국 반도체 현물 시장, 낮에는 대만 반도체 현물 시장을 챙겨봤습니다.
이때부터 대한민국의 반도체 편중이 시작되기도 했죠.
반도체 치킨 전쟁의 시작이었죠.
결국 승리는 대한민국이었지만, 대부분의 개미투자자들은 버티지 못했다는게 함정입니다.

- 국제유가 폭등
IMF때 까지만 해도 국제유가가 10달러가 안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도에 30달러 이상 폭등했던 한 해였습니다.
유가에 민감한 대한민국 경제는 당연히 직격탄
와... 위에서부터 계속 경제 직격탄의 연속이네요.

- 기업 구조조정 시즌2
1998년 IMF와 함께 기업 퇴출을 한번 했습니다.
대우, 한보, 삼미 등등이 홀라당 망하자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라는 것을 만듭니다.
이 법으로 인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등이 생겨났죠.
그런데 2000년도 말에 또 이걸 실시합니다.
망해야 할 놈들이 더 생긴, 2000년은 년초부터 연말까지 악재 그 자체의 해였습니다.

이런 2000년의 시작과 함께 나타난 대머리 아저씨는 pc방의 첫 증권하는 개미였습니다.
이 아저씨와 친해지고나니, 전직 증권사 직원이었더군요.
물론 본인 입으로 한 말이었습니다.

이제부턴 이 아저씨를 증권아저씨라 부르겠습니다.
계속 대머리 아저씨라고 하면 탈모가 있는 분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증권아저씨는 남들에게 과시하고픈 욕구가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하나로통신으로 돈 벌어봤다는 이야기를 하니 저에게 주식이야기를 많이 해주더군요.
이 당시 처음으로 이평선과 거래량, 각종 기법들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그만큼 제가 주식할 준비도 안되었던 천성 주린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신기한 소프트웨어를 저에게 보여줍니다.
바로 새롬기술이 만든 '다이얼패드'라는 소프트웨어
이 소프트만 있으면 앞으로 전화요금은 거의 공짜 수준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러더니만 저보고 마이크를 달라고 합니다.
당시 pc방에는 마이크를 사용하는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결국 사장님이 '사운드블러스터'에 번들로 들어있던 조잡한 마이크를 설치해줬습니다.
그리고는 전화를 합니다.

"여보~~ 세~~ 요"
"네~ 전~~화 받았습~~니다."

많이 끊기고 소리가 조약했지만 전화가 된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이얼패드'의 무한한 가능성을 입에 침 튀도록 설명해줍니다.
같이 듣던 저와 사장님은 21세기의 기술을 보는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그리고는 새롬기술의 당일 주가를 보여줍니다.

10만원

헉~! 제가 얼마 전 봤던, 2000원짜리 주식이 맞는지 믿겨지지가 않았습니다.
증권아저씨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하루에 1주씩 매일매일 사. 지금 아니면 절대 이 가격에 못 살 주식이야."

며칠 후 리니지 하던 건달형님들이 대다수인 낮 시간의 pc방 모습이 바뀌었습니다.
주식을 하는 중년 아저씨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분들 대부분 증권아저씨를 통해 이 곳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당시 새롭게 생긴 주식 커뮤니티를 통해서요.
이 커뮤니티 이름이 '팍스넷'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2000년대입니다.
과거같이 객장에 삼삼오오 모여서 찌질한 정보 공유하던 시대가 지났습니다.
개미들도 이 곳을 통해 고급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당연히 저도 이때 팍스넷에 가입했습니다.
당시 디씨인사이드에는 주식갤러리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도래한 2000년대
그리고 PC방은 리니지하던 건달 형님들과 주식하던 아재들의 피터지는 전장터가 됩니다.
이게 다 새롬기술이 만들어낸 이야기입니다.

다음 시간에...

댓글 38

오릭스캐피탈 · 똑*****

미리보기 300원 선결제 안되요??

LG전자 · i******

금강이아버지 8편 언제 나오나요 목빠지게 기다립니다

비상교육 · 내*****

형 재밌게 잘봤어요~8편도 기대!

서울교통공사 · 역**

형 8편올리면 여기다가 링크좀 주시면 ㄱㅅ합니다

NCSOFT · D******* 작성자

금강이아빠의 주식이야기 8편 <-이걸로 검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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