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썸·연애

다시 나답게 붙잡아 보고 싶어

NCSOFT · l*********
작성일2019.03.03. 조회수3,638 댓글65

헤어졌어. 어제

3년 만나고 8년을 친구로 알던 사이였어.
한달 쯤 전에 카톡으로 그만하자 했고.
처음이는 어떻게 카톡으로 통보하고 끝인가 해서 화도났어.
하지만 그 저변에는 두려움이 있다는게 느껴져서 이해를 했고, 또 이해를 하고 싶었어.
한달동안 조심스럽게 어르고 달래서 겨우 한달만에 얼굴 볼 기회를 잡았어.

둘다 20대 후반이고 결혼을 꽤 진지하게 이야기 하던 사이야.
지인, 가족 결혼식에도 항상 함께 참석하던 친구였어.
그친구가 나와의 결혼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원했었거든. 경제적인 것도 얼마나 모았고 앞으로 모을 것이며 어떻게 집을 어디에 장만할지 등등 꽤나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유했어.
사실 둘이 모아서 대출 1 2억 끼면 서울에 작은 집한채정도는 살 수 있을 정도로 이미 모은 상태기도 했구.(그친구나 나나 이미 취직 전부터 각자 1억정도는 모아놓은 상태였거든)

서로의 빛나던 시절을 기억하고
서로 가장 못나던 시절을 지켜준 사이라서
더 특별하고 아쉬운 것 같다.

내 취준기간은 그친구가 군대에서 지켜줬고
그의 취준기간은 내가 직장다니며 지켜줬어.
내가 그친구 취직을 많이 도와주기도 했어

내가 진로도 정해줬고 사실.
군대 전역하고 무엇할지 확실치않은 상황에서
은행에 잘맞을 것 같고 은행이 원하는 상일 것 같아서 은행쪽으로 추천을 했고
모든 자소서를 다 공유해주고 첨삭도 해주고
면접도 봐주고.

그렇게 그친구는 은행에 취직을 했어.
취직했다고 인스타에 올릴때고 나를 태그했었지. 수고했다고. 꽃길만 걷자고.
그런데 꽃길일 줄 알았던 취직이
알고보니 벽이었나봐.

나도 꽤 회사일이 바쁜데
그친구도 지점 배치받고 체력적 정신적으로 여유가없었고
안그래도 롱디인데 하루종일 제대로 연락도 못했던 것 같아

그리고 카톡 이별 통보 후 한달 정도의 시간이 흘러 얼굴을 본게 어제야.

나도 그 동안 생각을 많이 했지
주로 내가 생각했던건 (추억과 반성은 디폴트고)
무엇이 우리의 소통을 가로막았는지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한
그의 속에 대한 성찰이었어.

그리고 그런 저런 마음을 담아서
노트를 채웠어
원래 연애초기에 캘리그라피처럼
추억에 대해 갈무리하던 노트였는데
다 채우지못하고 내가 간직하고있었는데
이참에 다 채워줘야지 하고
그가 이 노트를 볼 때 부담스럽거나 마음아파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위트를 가미한 2cm짜리 두께의 노트를 조금씩 채우고 그에게 건내줬어.

만나서는 어떻게 할지
이런저런 조언을 받았었어.
그래서 내가 주지한 태도는
최대한 밝고 태연하도 예쁘게
그리고 듣는 사람이 되기.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난 그의 이야기를 더 듣고싶었어. 원래 나는 말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만나자마자 그친구는
살이빠져서 몸이 많이 상한 것 같다고 걱정을 하더라고.
흔한 레퍼토리긴한데 내가 원래 말랐던 사람이라 이번에 헤어지고 몸무게가 거의 40아래로 내려갈라고 했거든. 일단 거기서 내 평정심은 무너지기 시작했지뭐.

그리고 그냥 시시콜콜한 근황토크를 했어
회사일은 왜힘든지
하루 루틴이어떤지
그리고 그냥 계속 쳐다만 봤어
눈에 담았어

정작 할 말 해야할 타이밍에는 준비한대로 잘 못한 것 같다.
난 그의 듣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걔가 오히려 날 듣고싶어하는 것 같더라구
헤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 수 있었어

상황과 거리

나는 거기서 이해가안갔지.
우리는 처음부터 롱디엿다.
이제와서 그게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게 있는 거 아니냐.
그랬는데
군대에있을 땐 거리가 가깝기도 했고 전역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고 했어

그런데 막상 회사에 와보니
하루에 12시간동안 일하며 제대로 연락도 못하고
더 거리도 멀어졌고
무엇보다 본사 배치가 언제 될지 기약이없어서 미래를 그리기가 어렵다는 말을 하더라.
그런데 그 기약없는 기간을 나보고 기다리라 할 수 없고 그 관계또한 확신이 없다고.

차라리 내탓을 하면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게 있는데
그냥 상황뿐이라 확언을하니.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자나. 그래서 참 답답하더라.

내가 그친구보다 1년 앞서 입사했는데
생각해보면 나도 1년차때 정말 정신없었어.
연애는 후순위가 될때가 많았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포기하지 않았어. 놓지 않았어
그리고 이별중인 지금도 여전히 나는
힘들 때 지켜주고 싶어.
그친구는 좀처럼 내게 그 지켜주는 여자친구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속으로 삭였지만. 난 그의 성향을 알기에 묵묵히 지켜만봤는데.
이젠 이부분은 양보하지 못하겠어.

그래서 한번만 더 잡아보고 싶어.
그게 그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게 되는 것 같고
조심스레 연락하는 것이 그에게 부담이 될까봐 지난 한달동안 너무 눈치를 봤는데

이렇게 된 이상
조금만 더 최선을 다해볼래

걔가 한 마지막 말이 너무나도 마음에 남아서 자꾸 눈물이 나는데

너가 요즘 너답지 않게 사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대
너는 대학교땐 공부 잘해서 자랑스러운 친구였고
여자친구일 때도 언제나 자랑스러웠대.
너다운 자신감 꼭 되찾길 바란대.

안그래도 이별아니더라도
회사 들어와서 번아웃와서 진취적이던 나답지않아서 참 맘고생이있던와중에
걔한테 그말을 마지막 말로 들으니까 너무 마음이아프더라. 이렇게 날 아는 사람인데 싶어서.

그래도 이야기 할거야.
'나답다'라는 것 중 하나가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항상 그런 삶을 살았어. 굴곡있고 힘들고 어려워도 울더라도 어떻게든 찾아내는 나였거든)

덕분에 그래도 그의 소중함을 더 알았고
내 자신과 사람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며
변화를 갈망하던 내가 새로운 루틴을 찾기위해 시도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서 그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서로의 빛나던 시절을 기억하고
그 빛이 바라지는 모습을 지켜본 사이지만
다른 빛깔로 제련되는 경험을 하고싶다.

Do or Not은 정했고
이젠 방법을 강구해보게.

P.s. 헤어졌을 때 다른 좋은 남자 많으니 다시 잡는 의미없는 짓따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수도없이 보고 수도없이 들었고, 또 수도없이 생각했으니
이왕이면 이런 다짐을 한 주변사람이 있다면 응원까진 안바라니 초는 치지 말아줘.
다른사람을 보는 것도 마음의 준비다 된 다음의 넥스트 스텝인데 그것도 타이밍이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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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라운지NH농협은행

댓글 65

기업은행 · -*****

멋있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래.

읽으면서 '나도 이런 멋진 여자가 주변에 있었으면'하는 생각이 들어 정독을했네.

NCSOFT · l********* 작성자

헤헤 고마웡
이런 멋진여자 판교에있엉 놀러와!

한국전력공사 · ^***

나도 쓰니와 같은 마음으로 잡아보려고. 생각많이해봤는데 나 이여자아님안되겠어
응원한다 쓰니! 그리도 나도!

국민은행 · 6***

은행들어가서 동기랑 바람났나...그런애들 많던데.....

NCSOFT · 호****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하는 것은, 항상 옳아요.

힘내셔요.

새회사 · i******

어떻게됏어 언니? 나도 비슷한데...

NCSOFT · l********* 작성자

댓글 이제 확인했네 ㅎㅎ 괜찮아? 나는 많이 성장했고 이를 계기로 변한 부분도 많아.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못해서 많이 아쉬워.

작성일2019.07.14.

작성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NCSOFT · l********* 작성자

이제 댓글이 달린거보니 검색하다 들어온거같네 ㅎㅎ 꽤많은 시간이 흘렀고 난 여러모로 많은 성장을 했어. 사람에 대한 이해 나에 대한 이해와 사랑 등등. 지금은 많이 힘들진않지만 시간이 지난다 해도 남아있긴하더라고. 워터마크처럼

스타트업 · 주**

진짜 너무멋있다. 언니가 기분 나빠할 수 도있겠지만, 이별한달이 다되어가는데 힘들때마다 언니글을 한자한자 꾹꾹 내리 읽어..
난 이미 재회 후 이별이라 가능성이없어 대신 나자신에 대해서 요즘 많이 생각중이야.
재회당시에도 난바뀌어야지했는데 결국 장거리와 나의 태도가 바뀐부분도 있었지만 바뀌지않은 부분도있었거든..
지금은 많이 성장했다는 댓글보니 너무다행이고 나도 그사람을 내마음속에서 보내고 언니처럼 더 멋있는 사람이되고싶다ㅠ

NCSOFT · l********* 작성자

나도 가끔씩 이렇게 댓글달리고 조언위로요청하는 분들 계셔서(그말인 즉슨 힘들어서 검색해보고 그러다가 유입되시는 분들이 있다는거) 약간의 흑역사지만 남겨뒀는데 조금이라도 힘이되면 내가 감사하지!
나도 올해 이뿐만아니라 이래저래 힘든일 사건들 많았는데 대신 나와 인간에 대해서 정말 많이 사유할 기회가 된 것 같아서 그건 좋아.
그리고. .
보내고 싶다고 마음에 품은 그 사람이 쉽게 없어지겠어? 위로가될지 현타가 될 지 모르겠는데...

적지않은 시간이 지나간 지금도 나얼 바람기억처럼 그사람을 떠올리곤 해. 찬바람이 스쳐지나갈 수록 사람끼리는 가까져워서 좋다고 말하는 나였는데 겨울이 되어 그런지 요즘따라 더 생각이 나네.

한달이라면 한창 마음아플 때일 텐데 잊어야지 잊어야지 생각할 수록 반대급부로 잊혀질 수 없는게 사람 마음인 것 같아. 이래저래많이 아프고 힘들겠지만 그 사랑 본인에게 많이 쏟았으면 좋겠다♡

나는 올해 책도 쓰고 휴가 몰아서 써서 자비들여서 해외 봉사도가고 거기서 버스킹도 하고 뭐 그랬어. *평소같으면 이런 스웨그가 잘안나오는데* 좀 힘든일 몰아서 온 후에 나를 되찾자고 몸부림 치게되더라고.

작성일2019.11.28.

스타트업 · 주**

정성스럽고 솔직한 댓글 너무고마워..

한달이 다되어도 미련스럽게 그사람 카톡을보는 내가 너무싫고 한달이면 잊을때도 된거 아니냐는 사람들의 말에 나만 이렇게 미련스럽게 이러는건가 싶기도하고 차라리 너무슬퍼도 그사람에게 새로운 여자친구가 빨리생겼으면해.. 그러면 이런 실낱같은 미련도 떨쳐버릴 수 있을테니까.

한달인데 한창 마음아플시간이라고 해줘서 너무 고마워...처음처럼 펑펑울거나 하지는않지만 마음이 공허하다가 아파서 이잔잔한 아픔이 적응이 안돼.

올해 정말 멋진시간 보냈었구나, 나도 한달간 운동과 직업쪽 공부하며 조금이라도 덜생각하려고 하며 보냈었는데..마음한켠엔 혹시나..라는 마음을 져버릴 수가없는것같아

이런 기대도 두달이 지나고 새해가오면 희미해지겠지?
언니도 12월은 2020년에는 좋은일만 행복한 일만 일어나길 정말 마음속으로 기도할게
내 긴 푸념글 읽어줘서 고마워⚘⚘

작성일2019.11.29.

NCSOFT · l********* 작성자

왜 울어....ㅠㅠ 인누와 안아줄게

작성일2020.03.26.

서울교통공사 · 슬**

그냥 나도 3년만나고 얼마전에 헤어졌어

작성일2020.03.26.

서울교통공사 · 슬**

감성에 젖어서 블라인드에서 이별글 찾아보고 있었지..

작성일2020.03.26.

작성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NCSOFT · l********* 작성자

웅 잘 지내구있지!

새회사 · :*******

언니 다시 만나고 있어..? 연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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