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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으로 소설쓰기

SK하이닉스 · 부***
작성일2020.11.24. 조회수650 댓글4

부동산 공부도 좀 할 겸 써봄.

소설 부동산왕 1편 - 마포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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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어느 한 때.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월요일 출근길, 엄마 손 잡고 걸어가는 유딩의 노래에도 마음이 썩는다.

강변...

강변역 근처. 군 시절 뻔질나게 이용하던 애증의 동서울 터미널 주변도 30평대가 13억은 한다.

저런 애새끼도 광진구가 요즘 핫하다는걸 아는걸까.

매사가 이런 식이다.

이렇게 마음이 꼬인 놈은 아니었다. 세상이 꼬이니 나도 꼬인다.

"여~ 문과장 좋은아침"

산뜻한 미소의 박부장이 지나간다. 마포 사는 양반.

마래푸가 오늘은 얼마나 올랐는지 신나게 떠들겠지. 하루종일 그게 낙인 사람이다.

비전도 없고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대체 불쌍한건 누군가.

"안녕하시죠?"

후배 두 놈이 지나간다.

처가 잘 만나 한방에 매매 박치기로 잠실 엘스에 입성한 놈.

하늘이 내린 운빨에 고덕 그라시움 청약에 붙은 놈.

세상만사 편해보이는 얼굴. 월요일 출근길이 뭐 이리 즐거울까.

나만 힘든가.

삼십대 중반이 되도록 집 한 채 없는 인생

청약은 번번히 떨어져, 2017년 폭등기 이전에 그 가격도 비싸다고 망설이다 타이밍도 놓쳐.

그야말로 실패한 인생이 아닌가.

결혼하고픈 여자가 있었다.

나와 같은 흙수저 지방 출신.

30살이 넘었을 때 잠시 사귀었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슬슬 결혼 이야기가 나오더라.

나도 그렇지만 여자쪽 역시 10원 한푼 보태줄 집안이 못되었다.

여자는 학자금 상환을 끝내고 모은 돈이 고작 1천 이었다.

결혼자금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돈.

그래도 요즘 여자들 같이

'서울에 살만한 깨끗한 아파트 1채 내가 욕심 부리는 건가요?'

이런 소리는 안했다.

빌라 전세나 월세부터 시작하자고 했다.

그러나 무서운 중압감과 능력없음에, 미친 부동산값에 절망하며 그만 하자 선을 그었다.

그래... 놓아준거다. 그래.

시골의 어머니는 결혼하라 전화하며 얼마나 모았냐 물어본다.

10년의 직장생활에 모은 돈은 2억.

어째서 대기업이나 다니는 놈이 그것밖에 못모았냐 질타하셨지.

아버지 없이 경제능력 없는 어머니를 위해 월 200씩 지금껏 보낸 것은 새까맣게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세상이치가 본래 그렇다더라.

부모조차도 자식이 가져오는 정기적인 용돈은 어느새 기본값으로 여긴다더라.

멍하니 관성적으로 일하다 퇴근 후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어플을 켰다.

하늘은 사람에게 살아길 길을 내려준다고 했던가.

어쩌면 내게도 삶의 운이 실낱처럼 남아있을지 모른다.

잡코인에 2억 몰빵.

매수의 2배 가격에 전량 매도를 건 뒤 어플을 지웠다.

멍한 표정으로 집까지 걸었다.

한 시간 뒤 참지 못하고 어플을 다시 깔았다.

'쿵.'

뱃속에 쿵 하며 뜨거운 바위가 떨어진다.

-90%

믿을수 없어 눈을 비빈다.

계속 걷는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깡소주로 2병을 불었다.

그냥 인정했다. 이번 생 존망이다.

어느새 마포대교 위를 걷는다.

삼십대 중반에 이제 내겐 푼돈 2천만원이 있다.

7평짜리 원룸에 청약운도 없고, 집값을 잡는다는, 나를 위한 정부도 없다.

10년 전, 야망이 이글거리던 청년시절에는 맹렬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지방 흙수저지만 대기업까지 이뤘다.

나 정도면 마용성 정도에 번듯한 아파트 한채는 가질 수 있을 거다.

허나 시절운도, 청약운도, 가족운도, 부모운도, 정부운, 코인운도 없다.

결정적으로는 부동산불패라는 대한민국에선 중력처럼 뻔한 진리를 너무나 늦게 알아버렸다.

'내 탓이다. 끝내자.'

운명이다.

마포대교의 난간에 서기 전에 신발을 벗었다.

괜히 웃음이 나온다.

뭐라도 남기고 싶다던가. 이런 사람들.

다시 내려가 신발을 신었다. 하란대로 하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래서 남들 다 사는 아파트도 제 때에 못 산 것이겠지만.

허름한 정장에 낡은 구두.

손목에 채워진 염주 하나.

몸을 던진다. 무서운 바람소리가 심장과 횡경막을 뚫고 나간다.

과격한 충돌. 멍한 쇳소리.

턱하는 고통과 함께 의식이 흐려진다.

죽음.

그 어둠 속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루었느냐?"

"아니요.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루겠느냐?"

"끝까지 이루겠습니다."

"이루거라."

흰빛이 덮쳐온다. 의식이 부양하고, 차가움에 몸서리친다.

"헉!"

급히 몸을 세워보니 비루한 7평짜리 원룸의 장판 위.

어둠속에 습관처럼 리모콘을 잡고 TV를 켰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를 시작합니다."

아나운서의 청아한 목소리와 함께 청와대 영상이 화면에 나온다.

댓글 4

제일기획 · 제***

재밌다... 나도 2013으로 타입슬립 시켜줘!!

OCI · 초*******

이때로 돌아가면 비트코인 몰빵이지

새회사 · 가***

2013으로 돌아가고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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