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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배달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약사 · i*****
작성일02.28 조회수1,305 댓글28

요즘 몇몇 의사들이 지들 밥통 박살나는 와중에 자꾸 약배달로 다음 차례는 약사 너네들이야 이런 글 써재끼면서 남의 밥그릇 걱정해주는 꼴이 보기 아니꼬와서 개인적인 의견 남겨봄. 따라서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에 뇌피셜임. 반박시 님말이 1000000% 맞음. 그러니까 지나가주세요.

1. 약배달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개국약사님들은 피하고 싶겠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봐. 주변도르 미안하긴 한데 내 주변 젊은 약사들, 특히 근무약사로 일하고 있거나 회사근무하는 동료들은 대부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시대의 흐름인데 뭐 어쩌겠어? 산업혁명하는데 러다이트 운동 한다고 달라진게 뭐 있어? 솔직히 원격진료랑 약배송은 세트가 맞잖아. 우리나라 땅덩이가 넓어서 병원 약국 차로 30분 가야되는 거리인 것도 아니고 같은 건물 1,2층인데 원격진료는 봤는데 약 찾으러 그 건물 가야한다? 이게 의미가 있나싶어.

2. 약가산정의 방식
다음 이야기를 하기 전에 간단하게 우리나라의 약가산정방식에 대해 얘기좀 해볼게.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행위별수가제라고 보면 될 거 같아. 이게 뭐냐면 각 치료행위에 따라 금액을 정해놓는 거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
심평원에서는 매해 2~3월쯤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a.k.a 수가책)이라는 책자를 발행해. 이건 구글에 검색하면 pdf로 졸 수 있으니까 궁금하면 봐. 아무튼 이 책에서 각 치료행위에 대해 상대점수를 매기고 여기에 점수당 단가를 곱해서 급여가 산정이 돼. 점수당 단가는 5~7월쯤 각 의료계 대표와 보건복지부가 협상을 통해 결정하고 여기서 결정된 단가는 그 다음년도에 적용이 되는 방식이야.
이 데이터를 토대로 환자가 3일분, 5일분, 7일분, 30일분, 60일분, 90일분 처방을 받아왔을 때 약국이 실제로 버는 돈은 각각 6610원, 7340원, 8150원, 13580원, 17920원, 19260원이야. 참고로 91일 이상은 19750원 고정이라 91일치든 1000일치든 약사가 버는 돈은 똑같아. 그래서 한탄좀 해보자면 가끔 비싼약 길게 나오면 카드수수료로 남는게 없을 때도 있어.

3. 배달약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1)배달비
아무래도 약배달에 있어서 제일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 배달비 부담의 경우의 수를 내 뇌피셜로 나열해볼게.
1)-1 약국이 모두 부담: 정부는 약국이 부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거 같지만 어려워보여. 초기에야 시장점유율을 위해 배달플랫폼이 낮은 배달료를 유지하겠지만 어느정도 시장이 정리되면 배민을 봤을 때 3~5000원으로 간다고 보는게 맞을거 같아. 수도권 이외 지역은 더 올라가기도 할 거고. 근데 이게 약국입장에서는 부담이 커. 음식점이야 음식가격에 배달비 좀 태우기도 할 텐데 약국은 그게 안되거든. 약값에 마진 남기는게 불가능하니까. 극단적인 예로 3일치 조제료 6600원 받고 배달비 5000원이면 손해고, 90일분도 18000원에서 거의 30%는 배달비로 나가면 크게 이득이 아니야. 이걸 건보에서 어느정도 수가 추가를 통해 보전해준다고 해도.... 우리나라 건보재정 파탄난건 우리집 고양이도 아마 알 걸?
1)-2 약국과 소비자의 황금비율: 이런게 존재하긴 할까...? 현재 가능성은 제일 높지만 개인적으로는 약국도 소비자도 모두가 불만족스러울 거 같아.
1)-3 대기업 물류업체의 배송(ex. 쿠팡): 사실 가장 비용적인 면에서 모두가 만족할 거 같아. 나도 이 방안을 제일 지지하는 편이야. 배달비가 문제면 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줄여야지. 물류센터 큼지막하게 뚝딱뚝딱 지어서 안에 자동화•기계화된 조제시설 차리고 로켓배송 때리는게 제일 비용효과적인건 사실이잖아.
다만 아쉽게도 현행법상 조제와 투약은 약국에서만 이루어져야 하고 약국의 법인개설은 금지되어 있어. 약국의 법인화라는 크나큰 산을 하나 넘어야 하고... 이걸 제일 반대할 집단은...알지? 그리고 제일 하고싶은 말이었는데, 약배달 조롱하는 의사들아. 약배달이 허용되면 결국 약국법인화 얘기 나오는건 시간문제고 법인화가 허용되면 너네도 죽어. 니들이 리베이트 받아야돼서 쓰는 쓰레기같은 약들 처방내고 대체불가 씨부리면 쿠팡이나 이마트, 롯데가 아이쿠 선생님 약 구해다놓겠습니다 할 거같아? 경영의 어려움이 있다고 정부에 호소해서 성분명 처방, 처방전 리필제, 제한적 약가마진 허용같은 패키지 무더기로 요구하겠지? 이번엔 정부랑 싸우고 있지만 다음 상대는 물류유통대기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야.
조금 흥분했는데, 아무튼 약사들만 조금 일자리 잃고 눈물좀 빼면 모두가 행복해진단 말이지. 물론 약값은 다소 오르겠지만 대신 오르는 비용보다 편해지는건 사실이잖아? 다만 정부도 법인화까지는 원하지 않을 수도 있어. 앞에서 말했듯이 보건복지부는 매해 의료계 대표자와 협상을 해야 하는데 법인화가 되면 대기업을 등에 업은 대표자와 매년 협상을 해야하니 피곤하겠지?
2) 안전성
배달이 많은 사람들이 편해지는 길인건 맞지만 결국 편리라는건 사실 안전장치 몇 개를 풀고 그만큼 자유를 주는거니까 무분별한 배달허용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
2)-1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우려의약품
당연히 이건 배달하면 안되겠지? 이게 되는 순간 마약패치 붙이고 배달하던 오토바이 배달기사 3중추돌사고같은 기사가 온 신문을 도배할거야.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피나스테리드를 포함한 탈모약, 이소티논으로 대표되는 트레티노인계열 여드름약, 삭센다를 포함한 다이어트 약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병원 가면 쉽게 처방내주고 쉽게 받아가서 쉬운 약이라고 생각하지만 다 부작용이 꽤 있는 약들이야. 피나와 트레티노인은 기형아 출산 가능성, 삭센다는 최근 약물과의 연관관계를 알 수 없는 부작용으로 자살충동이 보고되어 미FDA에서 special alert가 나온 상태고, blackbox warning으로 갑상선암의 유발가능성도 경고하고 있어.
2)-2 처방일수제한
원격진료로는 너무 길게 처방하는건 문제가 있다고 봐. 각 질환마다 처방일수도 제한을 두는게 맞다고 생각해. 예를 들어 감기환자가 원격진료를 봤는데 14일 처방을 받고 잘 안 나아서 14일 처방을 원격진료를 통해 더 받았는데 폐렴으로 진행되어 입원을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 일반적으로 2주 이상 기침같은 증상이 개선 없이 지속 또는 악화되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 보거든. 따라서 편리하게 원격진료를 볼 수 있게 하되 오진이나 심각한 질환으로의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이런 환자들은 대면진료로 유도하기 위해 단순 감기는 7일정도로 처방을 제한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봐. 다른 예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같은 대사성 질환환자는 가이드라인상 2~3개월마다 약물의 효과를 평가하는 걸 권장해. 그래서 이런 질환은 최대 90일의 처방,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 반복처방 1회 허용같은 식으로 그래도 환자가 1년에 최소 2번은 병원에 내원해서 건강 상태를 다시 체크하도록 유도해야겠지.
3) 공적처방전
약 배달에 대한 얘기는 아닌데 이왕 말하는거 더 써봄. 사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요 근래 제일 심각한 문제는 약국에서 팩스로 오는 처방전이 위조인지 아닌지 거를 능력이 없다는 거야. 통상 원격진료 후 약국에는 팩스로 처방전이 들어오는데 이게 병원에서 직접 넣어준 팩스는 문제가 없지만 환자 본인이 어플을 통해 팩스를 넣는 경우도 많아. 근데 이런 경우 약국이 위조처방전을 걸러내는 건 거의 불가능 해. 심지어 몇몇 분들은 원격진료로 받은 처방을 여러 약국에 뿌려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약국 입장에서는 정말 피곤한 일이야... 따라서 공신력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봐.

3. 현 사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예전에 어떤 소설에서 읽은 내용인데, 단 한 사람만 희생하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은 유토피아인가 아닌가? 과연 그런 세상은 유지될 당의성이 있는가? 란 내용이야. 우리나라 의료시장이 딱 그래. 누군가의 고혈을 빨아 유지되는 시스템이야. 근데 이건 모든 나라가 그래. 의료서비스는 아이러니하게도 고도의 교육을 받은 전문가 집단을 투입해서 모두가 저렴하게 서비스를 누리는 걸 목표로 해. 인풋과 아웃풋의 괴리가 크다고. 유럽은 의료를 공공화해서 모두가 평등하게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고 의료를 자유시장으로 풀어버린 미국은 돈이 없으면 죽어야 해. 그나마 우리나라는 가장 균형잡힌 제도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의료계 종사자들의 희생 덕이 커. 의사도 예외는 아니야.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등등... 모두가 고생하고 있어.
근데 그만큼 기형적인 구조를 가진게 또 우리나라야. 의사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어서 모든 의료행위 참여직군은 의사의 지시를 받고 따라야만 해. 이게 잘못된 건 아니야. 큰 틀에서는 이게 맞아.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기형적이라고 할 만큼 수직적이라는게 문제지. 다른 의료직군 팔다리 다 잘라놓고 시키는 대로만 해, 이게 우리나라야.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의사는 왕이라고.
이 판에서 정부도 곱게 보이지는 않아. 솔직히 이 기형적인 구조 유지해서 제일 이득본 건 건보체제를 유지한 정부거든. 그 이득이 대부분 국민에게 돌아가서 욕은 못하겠지만, 의료계 내부에서 문제가 생겨도 알아서 내부에서 해결하세요 하며 뒷짐 지고 나몰라라 하다가 힘이 센 의사협회가 기강잡고 해결하면 허허 여러분들의 합의 알겠습니다 하고 방치한건 잘못 맞아. 솔직히 둘의 싸움은 지주랑 마름 간의 싸움이야. 마름한테 권한 다 몰아준 지주가 마름이 맛이 가니까 칼 뽑은거지. 근데 이제라도 칼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겠지?
마지막으로 의사선생님들께 한말씀 올리겠습니다. 정부가 칼을 빼들자마자 대리처방, 대리수술 문제가 터져나오는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거겠지요. 몇몇 선생님들은 면허 운운하시는데, 애초에 선생님들께 주어진 면허라는건 웬 돌팔이가 사람 치료하면 사회적인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니 적절한 교육을 받은 전문가만이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그 의무를 다하도록 하란 겁니다. 차별을 금지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차별대우를 국가가 법으로 보장한다는 건 엄청난 일입니다. 그러니 권리를 받으셨으면 그에 맞는 의무도 다 하셔야겠죠.
그리고 선생님들, 협상테이블에는 본인들 것을 올리셔야지 왜 애꿎은 남의 목숨줄을 협상테이블에 올리시나요. 차라리 자정작용 하겠다, 저 미용gp놈들에겐 협회 차원에서 회비를 더 걷어서라도, 모자라면 의사회원들 십시일반으로 필수과 자체 지원 하겠다, 불응하면 협회장 직권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면허취소 건의하겠다 하셨으면 누가 뭐라 했을까요? 얼마 전에 간호사들이 의사 역할 해도 문제삼지 않겠다는 기사 인용해서 간호사들에게도 그거 하지말라고 종용하는 놈 있던데요. 솔직히 파업하고 사람 많이 안죽으면 효과떨어질까봐 걱정하는 싸패같았어요. 그런 놈들부터 쳐내는게 파업보다 진정성 있고 효과적일 거 같습니다.

흥분해서 글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일하면서 쓰느라 두서도 없고 폰으로 쓰느라 오타 난무하는 읽기 힘든 장문이 되어버렸네. 미안합니다.

세줄요약
- 약배달 못막음.
- 다만 현실적으로 여러 제도 개선과 안전장치로 처방의 제한은 둬야 한다고 생각함
- 의사선생님들, 책임과 의무를 먼저 다하고 권리를 주장하세요. 그리고 협상테이블에는 원래 자기걸 올리는겁니다. 남의 목숨이 아니라.

댓글 28

약사 · 는********

좀만더 추가하면 지금 약국수익에.기생하는 생태계는 한두개가 아님
자판기+자판기소모품
스틱포지, 공병
약봉투
복합기
전산프로그램
바코드사용료
생각나는거만 써 봤는데 이것들 전부 조제료 라는 한정된 수익 빨아먹을려고 입벌리고 있는 거고

추가로 배달료에 + 깃발사용료 까지 추가될 꺼

배달료를 정부가 보전해준다? 꿈깨라 친구야 ㅋㅋㅋㅋ

약사 · i***** 작성자

나도 정부가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쓴 글임ㅋㅋㅋㅋㅋㅋ

약사 · !*********

배달 업체에서 배달비 수가를 심평원에 청구하라고 해야됨 진짜 ㅋㅋㅋ

LG화학 · i********

물류는 도매가 같이 하면 제도적으론 될것같고 처방일수는 의사 권한이라 애매
암튼 트렌드 따라갈수밖에 없음

서울특별시교육청 · g*********

넘어야 할 산이 넘 많네 ㅠ

한국석유공사 · i*******

제가 제대로 이해한건진 모르겠는데
지금 문제는 대형병원들의 전문이 파업문제이고

비대면 진료를 통해 비대면 약을 받겠다는 말인데

대형병원은 그네들 의사들이 내준 검사를 받아야 뭔 진료를 할텐데
피검사 소변검사 든 xray든

뭐 동네 병원에서 가능한 검사일수도 아닐수도
동네병원 결과를 보내면 그대형병원에서 받아줄지도 모르겠고

대부분의 경우 검사때문이라도 병원에 갈것같은데
비대면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얀센백신 · y*********

결국 일반약도 배달해달라 할텐데 전반적인 재분류가 필요해보임 그 과정에서 한약사가 사용해서는 안되는 일반약도 분류해놔야하고 지금은 너무 분류가 러프함

약사 · l*********

약배달하면 사고 꽤 터질텐데 꿀잼일듯ㅋㅋㅋ

약사 · l*********

잘쓴글 개추

약사 · 타*******

추천박고 갑니다.
약배달이 사실 얼마나 메리트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지금상태에서 비대면하면 금세 건보 바닥날거같아요.
경증질환 본부금올리거나 비급여항목 늘려서 무분별한 처방을 피해야 약배달이후에도 건보재정이 안정화 될 수 있을거같아요

공무원 · |*********

그 궁금한게 있는데 조제료에 배달비까지 부담하면 남는게 얼마 없어서 힘들다란 내용이 있잖아. 배달전문으로 좀 싼 사무실같은거 얻어서 할 수는 없으려나? 임대료가 꽤 크게 차지할텐데 최대한 싼데 얻어서 배달 전문하면 현재 운영하는 방식이랑 수입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서.

LG CNS · l*********

ㅇㅇ 나도 귱금..
지금처럼 소규모 동네편의점 처럼 하는것도 아니고 대형매장에서 대량구매해서 배달할텐데..

약사 · 는********

이미 했었음. 약사들 융단폭격맞고 폐업엔딩

LG CNS · l*********

약배달 어느정도 보편화되면 가능하다는거네

작성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약사 · i***** 작성자

일하면서 답변 달았는데 만족할만한 답변인진 잘 모르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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