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때 국가를 위해 일할수 있고 학비 안들고 취업된다는 합리적인? 생각으로 사관학교에 들어왔었음
4년 생도생활 다시하라고 하면 쌍욕 나오겠지만 나름 뺑이치면서 추억도 쌓고 동기가 소개해줘서 다른 사관학교 생도였던 여자친구도 사귀고(지금은 헤어짐) 방학땐 품위유지비 모은걸로 해외도 다니고 ㅎㅎ 생도생활은 나름 즐거웠던것 같음
근데 졸업하고 임관해서 몇년 생활해보니 인생 망한것 같다는 결론이 나옴.
내가 몇년간 본 선배장교들의 모습은 맨날 야근하고 매년 이사다닌다고 결혼 직전 파혼하고 몇몇은 이혼당하고, 가족이 같이 이사다니다가 결국 자녀는 고등학생때까지 친구도 거의 없는 속칭 왕따가 되서 정신과에 다니던가 태세 당직 이딴걸로 묶여서 주말에도 어디 맘놓고 못가는 북한 인민 같은 모습이였음.
나도 임관하고 새롭게 연애를 몇번 해봤지만 결국 이사 야근 당직 태세 4콤보를 버텨주는 사람은 없더라구 ㅎㅎ
그리고 이렇게 말하면 속물이라 욕하겠지만 나랑 같이 독서실다니고 수능도 비슷하게 성적 받은 친구들 중에 내가 퇴근 젤 늦고 월급 젤 작지롱!
사실 고등학생땐 사관학교 가서 장교되면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부유하겐 아니더라도 나름 공무원으로써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지만 맞벌이하면 가족 2달에 1번 볼까말까였고 연금도 개혁 얘기 나오는거보니 지금 받는거마냥 내가 못받을게 확실할텐데 이짓거리 30년은 못하겠더라 ㅋㅋㅋㅋ
그래서 5년차 전역을 결심하고 준비하고 있었음. 근데 연락 자주 주고받고 취업 준비 같이 고민하던 선배가 이번에 전역 탈락했다고 전화온거 받고 나니 기분이 이상해져서 혼자 술한잔 했어
나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왜 그딴 선택을 해서 자유롭게 그만두는거 조차 힘들게 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