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에 살면서 후천적으로 생겨난 비염을 앓느라 어제는 일찍 잠들었다.

간만에 꽤 오랜 시간을 자서인지 일찍 눈이 떠졌다.

새벽 5시 30분

스마트폰으로 간밤의 축구 경기 결과니 야구 순위 등을 훑어보고 다시 이불에 몸을 마는 찰나

아내와 내가 사용하는 침대 너머 5살 아들의 침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잠에서 깬 아들이 눈을 뜨고 있는 나를 보곤 반가운 웃음을 지으며 본인의 애착인형을 들고 아내와 내 사이로 쏙 들어왔다.

그리곤 엄마가 잠에서 깰까 소곤소곤 말을 했다.

👦🏻: 아빠 오늘 주말이에요?

주중임을 분명 알고 있지만 주말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잔뜩 낀 질문

👨🏻: 어쩌지? 오늘은 주말이 아니네.

👦🏻: 주중인가보네요.. 맨날 일요일 투성이면 좋겠다. 아빠 오늘도 출근하는거죠? 오늘은 재량휴업일이 아니죠? 어린이날도 아니고?

아쉬움 가득한 물음을 던지는 아들을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맞아.. 오늘은 수요일이야. 그래도 주중의 절반을 지나니까 곧 주말이 올거야! 맞다. 주말에는 엄마, 아빠랑 아들 좋아하는 그림 보러 전시회 가기로 했잖아! 그래서 주말이 더 기다려지나보다~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에 푹 빠진 아들, 때마침 전시회가 있어서 함께 가기로 했다.)

👦🏻: 맞아요. 근데 아빠랑 하루종일 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그래요.

👨🏻: 아이구 아들 그랬구나. 어제는 아빠가 퇴근이 조금 늦었지? 오늘은 끝나자마자 바로 올거야. 저녁에 우리 자석블록으로 어제 다 못 만든 해양구조대 만들자!

👦🏻: 좋아요! 어제 내가 만든건 그대로 있죠? 너무 멋지게 만들어서 도저히 망가뜨릴수가 없었죠?

👨🏻: 그럼그럼~ 놀이방에 그대로 있지. 아빠도 오늘 잘 다녀올테니 아들도 유치원에서 재밌는 시간 보내고 와~!

👦🏻: 네~ 오늘 과학실험하는 날이에요! 내가 만든 작품 이따 보여줄게요 아빠!

요즘 바빠서 늦게 퇴근하는 날이 잦다보니 유독 아빠를 찾고 아빠랑 있는 시간을 갈망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

힘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내고 이따 아들이랑 신나게 놀아야겠다.

#아빠의난중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