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을 하고서 바로 새학기 준비에 바빠졌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생각했기에 이력서 작성에 열을 올렸다.
몇번이나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고나서 꽤나 그럴듯한 이력서 한장이 나왔다.
그때가 2000년도 초반이었다.
기억도 가물하지만 이력서를 첨부파일로 이메일 전송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직접 찾아가서 낸 곳도 있었던 것 같다..
새학기에 들어야할 수업은 한과목 정도였다. 교양 하나 들을까 하다가.. 내 전공으로 졸업을 하는데 전공 하나 더 듣는게 후회가 없을 듯 했다.

전공 하나만을 들으니 시간이 정말 많이 남았다..
취업준비와 과외로 주생활을 하던 찰나 .. 그녀가 생각났다..
몇 번 고민은 하였지만 연락을 못하고 있다가 언젠가 번뜩하고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유는 싱겁다..
얼굴이 이상하게도 잘 기억이 나지않았다.. 나중에 어떤 방송에서보니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 강하면 그럴 수 있다는 개소리를 본적이 있는데… 어쨌든 그러한 이유로 얼굴을 너무 보고싶어서 연락을 하였다.
무작정 전화를 하였는데 받지를 않았다..
아마도 일하는 중이겠거니…

하루 이틀이 지나도 전화가 오지 않았다.. 뭐 거기까지가 우리 연이었나보다… 그러던 중 사흘째 되던날 저녁에 전화가 왔다. 나는 과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버스 안이었고, 창가에 기대어서 손으로 폰을 가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

”여보세요? OO씨 맞죠? 나 한참 누구지.. 하고 생각하다가 이제야 전화하네.. 미안 미안.. 나 그때 그 번호 적어준 종이를 잃어버렸어.. 왜 이렇게 늦게 전화했어요??“

내 입에서 잘 지냈냐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그녀는 속사포처럼 말을 내 뱉었다.. 말에 흥분과 기쁨이 섞여서 흘러나오는데 그걸 들으니 나도 덩달아 흥분이 되었다..

”나 회식하고 집 가는 길에 또 그 번호가 생각나는거야! 누구지?? 하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생각난거있지! 너무 기다렸어요!“

”아.. 다행이에요.. 내가 다시 전화를 할까 했는데“

”어디에요? 지금 만날수없죠?“

”지…지금요?? 저는 좋아요 어디서 만날래요?“

”나 OO인데, 우리 XX에서 만날래요?? 아 참, 우리 말 놓지 않았었나???“

그렇게 갑자기 느닷없이 우리는 번개로 어느 날 밤 만나게 되었다.. 마지막 만남 뒤 3개월이 흐른 뒤..

그날 저녁, 간단히 맥주 한잔을 하며 그동안의 일상을 공유하며 두시간을 함께 했다

나는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었고, 집 앞 공원에서 서서 또 한시간을 떠들고서야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튿날, 이력서를 낸 곳 중 한 곳에서 면접을 보러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기분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그녀와 일주일 한번 두번 만남을 이어가면서 학기가 끝나갈 무렵, 나는 그녀에게 고백을 하였고 그녀는 내 고백을 받아주었다.

그렇게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였다.

운이 좋게도 졸업 전에 여러 곳의 면접을 본 회사들 중에 한 곳에 합격을 하였고 나도 이제 회사원이 되었다.

그 한 해는 참 좋은 일들이 가득하였다.. 좋은 일들이 한번에 몰아닥치면 꼭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 인생사라는 것도 배울 수 있게 해준 해이기도 했다..

#50대 #싱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