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고등학교 3년 내내 공부한다고 유새를 떨었다. 우리 엄마는 그런 나를 공부하느라 고생한다고 힘내라고 뒷바라지를 해주셨다.

엄마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이모가 있다.
그 이모할머니는 외할머니를 통해
언니, ㅇㅇ 공부 잘한다니까 ㅁㅁ(엄마)한테 학교가서 선생들 촌지라도 주라구 해. 아무리 ㅇㅇ가 공부 잘해도 얼굴 안보이면 자라나는 새싹 짓밟더라. 언니가 ㅁㅁ한테 이야기 잘해봐.
라는 이야기를 하셨고 엄마는 나도 아빠도 모르게 3년 동안 그렇게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나도 얼마 전에 알았다. 내가 아프면서 집에 와있는 동안 엄마도 같이 아팠고 서로가 서로만 아프다고 외치다가 결국 못할소리 하면 안되는 소리까지 하며 알게된 이야기다.

가만 생각해보면 난 진짜 못된년이다. 고3때 또래 사이에서 메이커 슬리퍼가 유행했다. 2년동안 매점에서 잘 사서 신었던 삼선 슬리퍼를 나는 못신겠다고 했고 엄마는 내게 슬리퍼를 사주셨다. 발 편해야지 공부 열심히 할 수 있다고 눈에 보이는 매장은 다 가서 직접 신어보고 사오신것 같다. 진짜 그 슬리퍼는 지금까지 신었던 것 중에 가장 부드럽고 푹신했다.

엄마가 나를 위해 해준게 나도 모르게 날 위해 헌신한게 더 많을거라는걸 나도 알고있다. 그런데 속상할때면 받지 못하고 서럽고 억울하고 엄마딸로 힘들었던 일만 생각난다. 나는 그럴때마다 엄마 속을 긁는 못된년이다. 엄마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데 그걸 알면서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척 했다. 모른척 하고 싶었다. 난 진짜 못된년이다.

#우울증
#주저리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