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육아

놀아준다는 환상 (긴글)

작성일2022.02.02. 조회수881 댓글10

- 수첩에 정리했던 단상을 풀어봅니다.

육아를 하면서 내가 가장 크게 반성하는 지점은 내가 아이를 놀아준다고 착각했다는 것이다.

‘놀아준다’

보호자가 아동에 대해 시혜자 입장이 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내가 너와 놀아주는 것’이라는 수직적 관계가 되다보니 아이와의 놀이는 유치하고 지루한 것 혹으로 치부하기 쉽다.

‘같이 논다’

보호자와 아이가 같은 눈높이에서 주어진 상황과 놀이에 몰입하여 시간을 보낸다는 개념에 가깝다. ‘우리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라는 것은 그 자체로 풍성한 의미를 지닌다. 수 많은 ‘함께 놂의 총합’이 이룩한 유대관계의 얼개는 어지간해서는 무너지지 않는다.

놀아주던 시절의 나는 매일 피로하고 지쳐 있었던 것 같다. 그 결과는 ‘나는 꽤 괜찮은 아빠야’라는 값싼 우월의식과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였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아이를 재운 뒤 아내와 치열하게 토론하고 반성하던 결과로서 도출 된 ‘같이 놀기’라는 인식의 전환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일과를 마무리하고 아이와 놀아주기 위해 또 출근하는 기분이었던 삶은 ‘오늘은 퇴근하고 뭐하고 같이 놀면 좋을까’를 고민하는 설렘으로 바뀌었다.

#아빠의난중일기

놀이가 대단할 필요는 없다. 아빠이기에 부모이기에 아이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니 바쁜 일과를 쪼개어 과제하듯 할 필요 없이,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본인 어릴적 아빠가 해줬으면 했던 그것들을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아이를 ‘놀아주는 사람’이 된다면 아이는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안고 자랄 확률이 높다. 10여 년 뒤 그 관계는 아마 역전될 것이다.

아이는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부모를 보는척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쟤는 대체 왜 저렇게 행동하고 버릇도 없고 아빠랑 대화도 안하는거야?’라는 볼멘소리를 하며 ‘사춘기 아들과도 허물없이 지내는 멋진 아빠’라는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쓸쓸한 어른이 나는 되고 싶지 않다.

힘들 수도 있고 화가 날 수도 있으며 지칠 수도 있지만 놀이라는 방향성을 그렇게 잡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태어날 때 들리던, 분만장의 차가운 수술도구들을 모두 녹여버릴 것 같던 그 우렁찬 울음 앞에서 맹세하던 ‘좋은 아빠’의 꿈은 즐거운 놀이에서 시작한다고 나는 확신한다.

댓글 10

DHL · i******

좋은 글 ㄱㅅ

NAVER · 지*****

그 생각의 전환을 실제로 해내었다는게 정말 대단해요! 멋지시다 ㅠㅜ 나는 오늘도 왜 ㅠㅜㅠㅜ (자괴감)

삼성SDI · C*****

좋은 아빠에 대한 쓰니의 치열한 고민이 보여 넘 좋은 글 감사

대한항공 · i********

아이가 정말 행복하겠다 무한한 사랑이 느껴져

새회사 · l*******

맛진 마인드.
저도 저 부분 비슷하게 치열하게 고민 했었는데.
이제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가짐(?)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중.

호텔롯데 · l*********

정말 멋져 육아토픽 자주와줘요

인기 채용

더보기

육아 추천 글

토픽 베스트

인디밴드와 페벌
자녀교육·입시
유머짤방
이력서·면접 팁
80년대생 이야기
강아지 산책
I'm솔로
결혼생활
아무말대잔치
직접 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