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결혼생활

아내가 잠이 늘었다.

작성일2022.04.19. 조회수7,359 댓글91

둘째가 들어선 지 11주 2일차

아내는 입덧이 심하다. 첫째 때 입덧이 저녁에 몰려서 힘들었다면 둘째 입덧은 하루종일 은은하게 울렁인다고 한다.

아내의 표현에 따르면, 입덧은 숙취가 있는 상태에서 파도가 높은 날 배에 탄 느낌이라고 한다.

그래서 겨우 음식을 먹고 아슬아슬하게 구역질을 참으며 간신히 잠에 든다.

후각이 예민하기 때문에 쉬이 안아주기도 어렵다.
짠한 마음으로 쳐다보는 것이 해줄 수 있는 전부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유치원에서 하원한 아이가 떼를 쓰지 않고 잘 놀다가 오후 8시 전후로 잔다는 것이다. 고마운 아들..

아내는 아이를 재우면서 함께 잠들곤 한다.

청소, 설거지, 빨래 정리는 오롯이 내 몫이다.

평소 깔끔하게 집을 관리하는 아내, 안하고 싶어서 안하는게 아니라 힘이 달려서 못하는 아내의 마음은 오죽하려나.

피곤한 일상의 부스러기를 정리하기 전 심호흡을 한다.

‘이건 별 일이 아니다. 나는 그닥 힘들지 않다. 아이를 품고 있는 고생이 비하면 이건 곁가지에 불과한 일이다.’

두어번의 심호흡과 함께 집안일을 시작한다.

청소를 하며 하루를 정산한다.

‘등원 전 우리 아들은 이렇게 놀았구나. 아! 내가 이쪽은 닦지 않은지 오래 되었구나.’

청소는 30평 남짓의 우리 공간을 온전히 이해하는 행위이다.

설거지를 하며 평소 좋아하는 콘텐츠들을 본다.

‘집안 일을 하면서 유희도 챙길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야. 아들이 유치원에서 오늘은 소시지 야채볶음을 먹었구나!’

평일에는 아이와 긴 시간을 보내기 어렵다. 그래서 아이가 남긴 하루의 흔적을 보며 아쉬움을 달랜다.

잘 건조된 빨래를 개키면서 요즘 좋아하는 드라마를 본다.

‘나의 해방일지’에 나온 김지원의 담담한 내레이션, 서툴고 거칠지만 속이 따뜻한 이민기의 연기를 보며 수건의 바삭한 감촉을 느끼면 노곤함이 찾아온다.

어느덧 11시, 잠 들기에는 아쉽고 영상은 그만 보고 싶은 시간

요즘 국기에 빠져 있는 아이의 질문은 매섭다.

명색이 사회 선생님이라 국기를 외는 것은 자신 있었는데.. 이따금씩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중미의 섬나라 국기를 물어보면 말문이 막히곤 한다.

덕분에 국기의 유래와 의미를 다시금 공부할 이유가 생겼다.

자정은 넘기지 않고 잠에 들고자 애써본다.

이불을 다 차고 자는 아들에게 다시금 이불을 덮어 준다.

새근거리며 자는 아내를 잠시 바라보다 잠을 청한다.

성심껏 사랑하기로 약속했던 지난 날의 내가 보기에 지금의 나는 잘 살고 있으려나?

사랑의 양태가 늘 같기란 어렵다.

요즘 내가 빚는 사랑은 일상이다.

아침에 눈 뜬 아내가 어제 아침과 같은 모양의 집을 보도록 해주는 것

출근을 완료하기 전 아내에게서 온

‘어제 일찍 잠들어서 미안하다. 오늘도 정말 고맙다’는 문자를 보며 힘을 내본다.

#남편의생존일기 #아빠의난중일기 #끄적끄적단상

댓글 91

작성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네 한국인입니다만.. 무슨 의도이신지..?

카카오 · 남****

아 애랑 재미지게 놀아주던 그형인갑다. 정말 쵝오. 많이 배우고 가요

카카오 · N********

임신중인데 정말 증상이 똑같네요 … ㅋㅋㅋㅋ 많이 도와주셔서 와이프분도 넘 고마울거에요!!! … 이 자리를 빌어서 남편 고마워….. 부엌에 정말 못가겠어 ㅠㅠ

카카오 · i********

결혼도 안했는데 진짜 마음 확 따뜻해진다 최고야

삼성SDI · l***

아버님 대단하시네요..... 그저 그 말밖에..

새회사 · 고*****

멋진 남편이자 아빠이신듯!

새회사 · 샤**

형님의 마인드셋 잘 새기고 갑니다
성심껏 사랑하기로 약속했던 지난 날의 나
잊지 않겠습니다

GS리테일 · 쿵******

예비 아빠입니다. 이 글을 북마크 해놓고, 힘들때마다 들어와봅니다. 쓰니님 인성이 참 훌륭하신것 같아요! 오늘도 한수 배우고 갑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반가운 알림 덕분에 오랜만에 블라인드에 들어와봅니다. 아빠가 되시는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벌써 뱃속의 아이는 4개월이 되어가네요. 두 아이의 아빠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정말 엄청나게 행복합니다. 순산을 기원하고 댁내 두루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

GS리테일 · 쿵******

안녕하세요^^ 우리 딸이 벌써 100일이 넘었으니,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쓰니님은 여전히 훌륭하게 아이를 돌보고 있겠지요?
요즘 힘이 부치는지 갑자기 이 글이 생각이 나네요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화이팅입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오래된 글에 댓글이 달려서 반가운 마음입니다. 저는 잘 지냅니다^^

저희 둘째도 벌써 16개월이 지났네요. 달려다니고 아빠한테 쫑알쫑알 거리는 귀여운 딸입니다.

아들도 벌써 7살이고요. 시간이 참 빠릅니다.

육아가 많이 힘드시죠? 따님이 100일 넘었으면 앞으로 점점 더 나아질 일만 남았다고 위로드려봅니다! 저도 그 맘때에는 정말 정신 없고 피로했던 기억이 있네요.

디지털 다이어트를 하겠다 마음 먹고 각종 매체로부터 멀어지며 아이들과 책을 보고 노는 시간을 갖다보니 블라인드도 눈팅만 한번씩 하네요^^

학교에서 학생부장을 맡아서 정신이 없기도 하고요 ㅎㅎ

누군가가 힘들 때 기억을 해주는 글이라니 영광입니다.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시느라 버거운 마음이 드시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부모님을 만난 따님은 행운아이네요.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과 사랑이 넘치시기를 기원합니다.

인기 채용

더보기

결혼생활 추천 글

토픽 베스트

프로야구
← 고양이 채널
사주
블라마켓
침착맨 언제나 응원해🐼
남자 패션
동탄 수원 모여라!!
군대이야기
지름·쇼핑
성격유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