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결혼생활

아내와의 연애사-외전1(결혼으로 가는 길)

작성일2022.04.06. 조회수954 댓글13

#아내와의연애사

- 아내와의 연애사 (1-8편에 이어)

1년 3개월 정도의 연애기간을 지나면서 차윤서씨와 나는 남들처럼 사랑하고 남다른 추억도 쌓았으며 남처럼 싸우기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함께했다.

내게 약속한대로 그녀는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건강하게 잘 지내주었다.

우리는 60주가 넘는 연애기간동안 너무 바빴던 1주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주말을 함께했다.

내가 방학을 맞이하여 시간적 여유가 생겼던 1주일 동안 나는 그녀의 연구실 근처 자취방에서 피곤한 그녀의 아침을 챙겼고 노곤한 그녀의 저녁을 책임졌다.

우리는 일상에 만족했고 즐거운 주말을 기다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새벽녘 그녀는 고열에 시달렸고 나는 바로 그녀를 싣고 응급실로 향했다.

늘 건강하고 밝던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병원의 침상, 느릿하게 떨어지는 링거액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결심이 들었다.

‘이 사람, 혼자 두면 안되겠다.’

다른 사람들은 연인과의 결혼을 어떻게 마음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결혼이라는 결론이 도출되기 위한 첫 사건은 바로 그녀의 아픈 모습이었다.

응급실 의사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위염’ 소견을 냈다.

👦🏻: “나 없었으면 어쩔뻔 했어요. 진짜 속상하네. 괜찮아요?”

👩🏻: “수액 맞으니 한결 나아.. 미안해요. 나때문에 놀랐겠네.”

👦🏻: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고 했지 아픈걸 숨기라곤 안했어. 다음부터는 조금이라도 아프면 이야기해요. 그래주면 좋겠어. 일단 푹자요.”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빨리 회복했지만 어제까지 아팠던 사람을 두고 서울로 떠나는 발걸음은 추를 단듯 무거웠다.

집에 도착해서 ‘결혼’이라는 주제에 대해 심각하게 자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결혼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니 머리가 너무 아팠다.

결혼을 한 사람들의 여러사례가 있지만 그것은 내 이야기가 아니다. ‘결혼 생활은 이렇다, 저렇다’하는 이야기들을 차치하고 그녀와 나에게만 집중해보았다.

1+1=1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희생이 필요하다.

두가지 질문을 했다.

1.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0.5이상을 희생할 준비가 되었는가?

2. 나는 내가 조금 더 양보한다고 손해보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 준비가 되었는가?

며칠의 고민 끝에 내린 답은 ‘그렇다’였다. 아니다 정확하게는 차윤서에게는 그럴 준비가 되었다가 맞겠다.

이제는 결혼에 대한 그녀의 동의가 필요했다.

내가 지닌 마음의 무게와 다짐을 그녀에게 오롯이 전달할 방법의 총체를 ‘프러포즈’라고 정의한다면 나는 어떻게 프러포즈를 할 것인가.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게 된 사유 중 하나로 문명들이 세력을 키우며 늘어난 정복지에서 효과적이고 정확한 징세를 하기 위함이 있다.

말은 그만큼 휘발성이 크기 때문에 오류를 피하고자 인류는 점토판에 쐐기문자를 새기고 인장에 그림문자를 박았다.

내가 아무리 유려하게 말을 하여도 꾹꾹 눌러쓴 편지보다 더 내 마음을 크게 전달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내 마음이 휘발되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는 것은 싫었다.

나는 만년필을 들었고 한달 동안 끄적이고 버리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그녀에게 전해 주고픈 편지를 겨우 완성했다.

다음 문제는 프러포즈 장소였다. 멋진 레스토랑도 좋지만 우리의 추억이 묻은 곳이 더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나는 문학적 장치 중 수미쌍관을 좋아한다. 운율을 만들기에 이보다 더 울림이 있는 방법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그녀와 내가 만남을 시작한 곳에서 연애의 끝과 결혼의 시작을 고하고 싶었다.

그렇게 2016년 10월 9일을 디데이로 잡고 프러포즈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마침내 그 주말이 왔다.

#남친의연애일기 #남편의생존일기 #아빠의난중일기

댓글 13

넷마블엔투 · i*******

결혼 = 헬조선 지옥문 오픈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지옥을 경험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경험할까 두려우신가요? 세상엔 많은 종류의 사람이 있고 많은 사연이 있답니다. 일반화만큼 큰 폭력이 없습니다.

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고 있느니 부디 그쪽도 마음에 평안이 깃들길 기원합니다.

작성일2022.04.06.

비바리퍼블리카 · K*****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ㅎㅎ 글을 너무 잘 쓰시네요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토스 깔아야겠네요.)

공무원 · l********

나도 2가지 질문 기억해놔야지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내겐 저게 가장 큰 질문이었어. 형도 가장 고민 되는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설득하고 멋진 결혼생활하길!

작성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맞아 정말 행운이지. 근데 결과적으로 내가 조금 더 노력하는 것이 희생으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가 되면 제일 좋은 것 같아. 화이팅!

녹십자 · 디******

나도 박사까진 아니지만 공부 오래한 사람으로서 직장인이 공부하는사람이랑 결혼결심 하는거, 연애하는동안 기다려주는거 대단하다고 생각해!! 나도 남편님께 항상 고마워하고있음 ㅎㅎ
믓찐남편이야!^^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우와 멋진 남편과 사시는군요 😊 행복한 결혼생활 멋져요!

한양대학교교직원 · /****

제주로 향하셨군요?!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ㅎㅎ 외전2를 확인해보죠!

한국에스지에스 · 바**

필력 완전 반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아이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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