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결혼생활

아내와의 연애사-4

작성일2022.04.05. 조회수1,239 댓글14

* 오전 수업, 보강 마치고 점심은 입이 써서 패스..

#아내와의연애사

- 지난 3편에 이어서

2004년부터 운영된 KTX는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지방에서 상경한 내게 KTX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을 지체없이 만나게 해줄 수 있는 고마운 수단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의 탑승 목적과는 달리 2015년의 어느 토요일에는 가족도 친구도 아닌 모호한 존재의 의미를 규명해보고자 홀린듯 KTX에 몸을 실었다.

종착지에 도달할 때까지 수많은 음악들이 귓바퀴를 스쳤다.

빠른 속도로 흐르는 차창 밖 풍경에 압도되어 시간을 쥐어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떤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아야할지 정리하지 못한 상태로 그만 종착지에 도착해버리고 말았다.

‘OO 카페, 데이트 코스, 솔직후기’ 등을 키워드로 검색하여 교차 검증한 카페에 도착하여 그녀를 기다렸다.

10분 쯤 지났을까. 커다란 통창 너머로 상기된 발걸음을 딛는 그녀가 보였다.

검정색 바지, 하얀 셔츠, 어두운 색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그녀는 창에 반사된 빛에 미간을 살짝 찡그리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렸어요? 세상에 어떻게 여길 올 생각을 다했어 정말~”

👦🏻: “오라고 했고, 오고 싶었고~ 그거면 충분한 이유죠. ㅎㅎ”

👩🏻: “그래요. ㅎㅎ 근데 언제까지 그렇게 뚫어지게 볼건데요?”

👦🏻: “밤이랑 새벽에만 봤던 얼굴, 낮에도 좀 눈에 익혀보려고. 부담스러우면 곁눈질로 볼게요.”

👩🏻: “곁눈질로 보면 변태 같으니까 그냥 대놓고 보세요. ㅎㅎ 근데 진짜 나 보려고 온거예요?”

👦🏻: “네~ 제가 모호한 상태로 있는 것을 좀 힘겨워해서요. 차윤서씨한테 느낀 좋은 감정이 여행지에서의 설렘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 “그래서~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 만나보니 어떤가요?”

👦🏻: “일단 보자마자 기분이 좋은 것을 보니 여행지의 치기나 환상이 아닌 것은 증명이 됐네요.”

👩🏻: “이경후씨는 꽤나 독특한 양반이네요.”

👦🏻: “그런 이야기 종종 듣습니다. 칭찬으로 여길게요. 아! 드릴게 있어요.”

👩🏻: “뭔데요?”

👦🏻: “내일 생일이죠? 여기요. 미리 축하해요.”

토끼눈을 한 그녀가 놀라며 말했다

👩🏻: “엥?? 내 생일이 내일인 것은 어떻게 알았어요? 지난번 야구도 그렇고, 뭐야 진짜 이 사람?”

👦🏻: “저 독심술 쓰거든요. 차윤서씨가 머릿속으로 받고 싶은 선물 리스트업 하는 소리가 서울까지 들리던데 뭘”

👩🏻: “아니 장난하지 말고~ 어떻게 안거에요?”

번호를 주고 받은 이후 그녀의 카톡과 연계된 카카오스토리를 살펴봤다. 그녀가 작년 생일에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던 사진이 있었다. 덕분에 생일을 알 수 있었다.

휴대전화를 내밀며 말했다.

👦🏻: “여기, 카카오 스토리에 나와있네요. 호감을 가지면 궁금해지고 궁금해지면 어떻게든 많은 것을 알고자 노력하잖아요. 제가 지금 그런 상황이라서요.”

👩🏻: “으 이건 언제 올린지 기억도 안나는 사진이네요. ㅎㅎ”

우연히 알게된 그녀의 생일은 공교롭게도 그녀를 만나기로 약속한 다음날이었다. 어떤 것을 선물해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캔들?, 향수? 아냐 너무 취향을 타.. 그렇다고 상품권은 너무 없어보이고.. 꽃도 오바야..’

문득 막내 동생 대학교 졸업 선물을 겸하여 동생과 함께 유럽여행을 갔을 때가 떠올랐다. 동생은 파리의 약국에서 ‘꼬달리, 아벤느’의 세럼과 미스트를 구매했다. 그게 꽤 좋은거라나 뭐라나.

‘취향 안타고 꼭 쓸만한 것이 좋겠지? 세럼이나 미스트가 좋겠다. 그걸로 하자.’

선물을 열어본 그녀의 표정이 묘했다.

👩🏻: “이런거 사는건 누구한테 배운거예요? 센스야 아니면 경험인거야?”

👦🏻: “생득적인 감각이라고 해둡시다.”

커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다가 야구 경기 시작시간이 되어서 야구장으로 향했다.

응원도구, 치킨, 맥주 등을 사서 자리에 앉았다.

응원단장이 북을 쳐대서 가슴이 쿵쾅거리는지 그녀와 함께 데이트를 하느라 가슴이 쾅쾅거리는지 모르겠으나 일단 설렘이 마음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것은 확실해보였다.

#남친의연애일기 #남편의생존일기 #아빠의난중일기

댓글 14

NH투자증권 · d*********

이아저씨는 좋은아빠에 좋은남편에 혼자 다하는구나...........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이 문장에서 명백하게 옳은 것은 ‘아저씨’라는 사실 뿐이네요. 😂

현대오일뱅크 · ㅡ********

이아저씨 늘 겸손하기까지 해요

녹십자 · 디******

와이프랑 아들 뱃속아가까지 부럽다...ㅋㅋㅋ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아이구 ㅎㅎ 과찬이십니다.. 감사!

휴맥스 · k*****

이분 필력 무엇.. 부부가 이쁜말 잘 쓰고 맘도 이쁘고 하니 2세도 이쁜말하고 똘똘이구나~~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휴맥스 형 여기서 보니 또 반갑네. 고마워!

새회사 · i*********

와이프 무슨 일해?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이공계 계통에서 연구합니다. 요정도까지만!

새회사 · i*********

쓰니는 초딩? 중딩?

작성일2022.04.05.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저는 대졸이고 ㅋㅋㅋ 중딩을 가르침! ㅋㅋ

신협 · s******

쌤, 4편 업데이트 소식보러왔어요 ㅋㅋ “밤에만 봤던얼굴~.. 곁눈질로 볼께요” 이 부분은 좀 심하게 오그라들어서 몰입안될뻔했는데, 5편보러 달려가볼께여 ㅋㅋㅋㅋ(흥미진진)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예 실제로 그녀도 미친놈 보듯 보았습니다.

그때는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감사!

작성일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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