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편에 이어서

#아내와의연애사

나의 제안에 그녀가 물었다.

👩🏻: “다음주에 또 볼거에요?”

👦🏻: “네, 저는 그러고 싶어요. 선택은 차윤서씨 몫이고요.”

👩🏻: “이 사람보게.. 고민하게 만드네.. 근데 전부터 궁금했던건데 왜 성까지 다 붙여서 이름을 부르는거에요? 어릴때나 이성을 그렇게 부르지 어른이 되고서는 보통 정 없어보일까봐 잘 안그러잖아요.”

👦🏻: “음.. 제가 감명 깊게 본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 때문인 것 같아요.”

👩🏻: “어떤 영화인데요?”

👦🏻: “안녕, 헤이즐? 이라는 영화 알아요?”

👩🏻: “어? 나 그거 봤어요. 되게 좋았어요. 그런데 그게 왜?”

👦🏻: “거기 나오는 주인공들, 시한부잖아요. 남자 주인공 어거스트 워터스가 항상 여자 주인공의 풀네임을 불러요. ‘안녕? 헤이즐 그레이스 랭카스터’라고요. 애칭을 많이 쓰는 서양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죠. 보면서 의아했어요. 나중에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이런 말을 해요. ‘무한의 숫자만큼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0과 1사이에서도 무한한 사랑을 할 수 있어’라고요. 그러니까, 내가 느낀 감상은, 한정된 시간 안에서 힘껏 사랑해야 하는 남자가 자신의 사랑을 잔뜩 담아서 상대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바로 그녀의 모든 이름을 온전하게 부름으로서 표현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 “오... 그럴싸해요. 그러니까 이경후씨는 지금 나한테 잔뜩 사랑을 담아서 내 모든 이름을 부르고 있다?”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라올랐다.

👦🏻: “뭐.. 그건.. 좀 다르죠. 우리나라로 치면 본관까지 붙여서 불러야하는 것 아니겠어요? 말했잖아요. 나 아직 풀어가는 중이에요.”

괜히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말을 이어갔다.

👦🏻: “가요. 벌써 새벽이네. 집에 데려다 줄게요.”

그렇게 30분 정도를 걸으며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살아온 이야기, 고민, 하고픈 것들을 나누다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 “근데 집에 어떻게 갈거에요?”

👦🏻: “잘, 저 여기에 친구 많아요. 걱정 말고 들어가요.”

👩🏻: “이거 가져가야죠!”

저녁에는 쌀쌀하기 때문에 혹시 몰라서 챙겨온 가디건을 그녀에게 걸쳐주었었다. 일주일 전 제주도에서 그녀에게 걸쳐준 그 가디건이었다.

그녀가 다급하게 가디건을 벗어서 내게 주려고 하자 나는 더 잰 걸음으로 달리며 이야기했다.

👦🏻: “다음주에 서울에서 볼 때 받을게요! 잘자요!”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일상이 찾아왔다. 퇴근하면 항상 통화를 하였다. 그리고 통화 끝에는 항상 이런 말을 했다.

👦🏻: “오늘도 통화 즐거웠어요. 우리, 주말에 봅시다. 차윤서씨”

👩🏻: “아직 알 수 없어요. 너무 기대하고 있진 마요.”

그렇게 목요일쯤 통화를 하다가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 “나 오늘 웃긴일 있었어요.”

👦🏻: “뭔데요?”

👩🏻: “친구한테 연락와서 ‘주말에 뭐해?’라고 묻는데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 “글~쎄요?”

👩🏻: “나 아마 서울 갈껄...? 이라고 했네요. 세상에나 얼마나 세뇌를 시켰으면 스스로 서울을 갈거라 생각을 하게 된건지. 주말에 봐요.”

그렇게 우리는 3주에 걸쳐 세번의 다른 장소에서 만나게 되었다.

#남친의연애일기 #남편의생존일기 #아빠의난중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