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육아

아들의 생일

작성일2022.04.25. 조회수2,003 댓글31

우리 아이는 2018년 4월 봄날에 태어났다.

뱃속의 아이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편이었지만 아내가 자연분만을 시도하고 싶어 했고 주치의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하여 이를 진행하였다.

예정일이 지나도록 아이가 나오지 않았지만 초산이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았고 아내와 함께 운동하고 걸으며 뱃속의 아이에게 ‘너 이제 방을 뺄 때가 되었다’며 농담을 하곤 했다.

그러던 늦은 밤, 진통이 찾아왔다.

그믐달 같은 아내의 눈썹은 짙은 통증에 눌려 파르르 떨렸다.

그저 안타까움과 미안함, 걱정을 담아서 허리를 쓸어줄 수밖에 없던 시간이 흘렀다.

엄마의 따스한 품이 좋았던 것일까. 거의 30시간에 가까운 진통에도 아이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양수가 흘러서 긴급하게 수술을 하게 되었다.

마른침을 삼키던 시간이 지나고 수술실에서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렸다.

좌불안석하던 몸이 굳고 어찌할 줄을 모르는 감정이 피어올랐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탯줄을 자르러 들어오라는 간호사의 이야기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임신 초기부터 주치의는 내게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아이를 만나면 또박또박 전해주시라’고 주문했었다.

떨리는 손으로 탯줄을 잘랐다.

세상이 낯설어서인지, 따스한 엄마 품에서 분리된 불안감 때문인지 서러움이 가득 묻은듯한 최초의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OO아, 세상에 나온 것을 환영해. 나오느라고 정말 고생 많았지? 수고했어. 뱃속에서 이 목소리를 많이 들었을 텐데.. 기억이 나니? 난 네 아빠야. 엄마, 아빠와 함께 세상에 온기를 더하는 사람으로 살아보자. 아빠가 많이 응원하고 도울게. 사랑해.’

아이는 갑자기 울음을 그쳤다. 들리는 소리를 경청이라도 하듯이 눈과 코를 움찔거리고 있었다.

생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마치 몰입도 높은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나온 것 같은 시간이 끝나고 병원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문득 내가 태어나던 날 아버지의 심정은 어땠을까를 생각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아, 내가 이제 진짜 아빠구나’

지방에서 한달음에 서울까지 오신 부모님의 축하를 받으며 답지 않게 안겨봤다.

“아버지, 저 태어나던 날 진짜 우주를 얻은 기분이셨어요?”

“네 아들을 보고 나니 묘한 기분이 드나 보구나. 너 태어나던 날에 정말 두려울 게 없을 용기가 생기고 살아갈 힘이 생겼지. 너는 나보다 더 좋은 아빠가 될 거라고 믿는다. 아들아 너무 염려 말고 차분하게 해내렴.”

어깨를 다독여주며 빙긋 웃으시는 아버지의 따뜻한 위로를 받으니 마음에 한줄기 빛이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목욕시키는 법, 기저귀를 가는 법, 아이를 재우는 법 등 새로이 해내야 할 미션들을 어찌어찌해내며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 벌써 5년째가 되었다.

요즘 아이는 아빠인 나보다 더 사려 깊게 행동하고, 타인에게 따스한 말을 잘한다.

4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아침, 아이가 눈을 뜨자마자 내게 와서 안겨 말했다.

“아빠! 나 오늘 진짜 생일이에요! 아침부터 기분이 너무 좋아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생일잔치를 하기로 해서인지 아이는 들떠 보였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생일 축하해 정말!”

나의 부스스한 축하를 받고 씨익 웃던 아이가 아내에게 몸을 돌려서 연신 뽀뽀를 하더니 이야기했다.

“엄마! 나 낳아줘서 고마워요. 엄마도 고생 많았죠? 정말 고마워요. 사랑해요.”

어떻게 이런 아이게 내게 왔을까.

내가 지닌 역량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애쓰게 하는 소중한 아이 덕분에 힘듦을 던져낼 수 있는 주말이었다.

#아빠의난중일기 #끄적끄적단상

아들의 생일 해피 벌쓰데이

댓글 31

새회사 · 날********

축하해요. 멋진 아빠네요.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감사해요!

한국투자증권 · U*****

아들~ 생일 축하해~
지금처럼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랄게~
낳을때도 지금도 고생하고 있을 와이프에게도 따뜻한 한마디 해줘~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고마워! 아내에게는 늘 고마운 것 투성이.. 더 잘해야지. 감사!

작성일2022.04.25.

새회사 · 친*********

와 형같은 사람만나서 결혼하고싶다... 애기 생일 축하해!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고맙습니다. 좋은 인연이 찾아오길!

새회사 · m****

애기 생일 축하해요!! 아빠랑 엄마랑 건강하고 행복하길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감사합니다. 😊

작성일2022.04.25.

근로복지공단 · 그******

역시 글 진짜 잘써...애기 다섯번째 생일 축하해. 나도 모르게 눈물 찔끔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 D******** 작성자

고마워 형 ㅎㅎ 내 친한 친구가 형네 회사 울산본사에 있어서 뭔가 더 반갑다 ㅎㅎ

작성일2022.04.25.

근로복지공단 · 그******

오..본사...많이 힘드시겠네...🥺 글 항상 잘보고 있어. 가슴 따땃해지는 글 고마워

KT · 면****

아 땀난다 눈에서 또르르 오래 행복하십쇼...☆

에스엘 · 요*****

소중한 아가야 생일축하해😘

멀티캠퍼스 · i********

찐이다. 부럽다. ^^

대한항공 · 나****

오늘도 너무 따뜻해져서 눈물 쏙 빼고 갑니다 작가님 ,,,늘 잘보고 있습니다

동원F&B · a********

글 너무 잘 읽었어요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는 글이네요
아버님도 훌륭하시고 쓰니도 훌륭하신 분이란게 느껴지네요
아내분도 지혜로움과 따뜻함이 가득 전행오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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