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근무하는 소방돌이입니다.

이번에 포항 지하주차장 침수에서 첫번째 요구조자가 구조되는 영상을 보았는데요...
먼저 안타깝게 생을 달리하신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그리고 요구조자가 무사히 구조되어 다행인점을,
끝으로 포항 직원분들께서 참 고생이 많으셨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른것보다 영상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블라여러분과 얘기를 하고싶은점이 있습니다.

유튜브에 포항지하주차장 영상 이라고 치면 나오는 쇼츠영상이 있습니다.
이 영상을 보시면 지하주차장을 둘러싼 현장에 일반인들이 핸드폰을 들고 영상을 찍고있는데요,

이 구조현장뿐 아니라, 많은 구조현장, 화재현장, 그리고 갑자기 길거리에서 CPR을 하는 현장에서도 많은 일반인분들이 폰을들고 영상과 사진을 찍습니다.

이렇게 영상을 찍는것에 대해 사실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ㅠㅠ
저라도 제가 소방관이 아니면 내 인생에 몇 번 볼 일 없는 사건현장을 찍고싶을거에요.

하지만 소방돌이로 지내면서 '찍히는'입장에 있어보면 정말정말 부담이 큽니다.

소방서 직원분들은 정말 훈련을 많이합니다.
소방서 뒤에서 레펠타고, 바스켓에 마네킹싣고 로프로 구조하는 훈련하고, 자동차를 구조용에어백으로 들어올리는 훈련도 합니다. 맨홀에 빠진것을 가정해 도르래를 쓰는 훈련도하고, 절단기, 유압기등 사고현장에 쓰이는 도구에 대한 숙달훈련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화재,구조현장들은 많은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따릅니다.
직원들이 소방서 뒤에서 아무리 훈련을해도, 모든 현장의 양상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화재'여도 모든 건물들의 형태,구조,요구조자위치가 다르며,
같은 '차량사고'여도 차의 추돌양상, 요구조자의 부상상황, 그에따른 구조방법, 구조상황 등 모든 사고가 건건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직원들은 그 사고 건건을 새롭게 접하며,
당연히 그 새롭게 접하는 사건들을 조금이라도 더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훈련'을 합니다.

하지만 출동나가는 모든 사건사고들을 새롭게 접하는 소방돌이 입장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카메라속에서 현장작업을 한다는것이 여간 부담스러운일이 아닙니다.ㅠㅠ

물론 주변통제를 하지만.. 포항 지하주차장 영상처럼 통제가 안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죠.

현장활동을 하면서 구조대,진압대도 처음 겪는 현장이며
출동대의 의도와 생각이 이것이라고 판단하고 진행중인데,
한발떨어져서 보고있는 제3자가 이렇게 해야되는거아니냐 저렇게 해야되는거 아니냐
한마디씩 합니다.
물론 한발 떨어져서 보고있기때문에 그 3자의 의견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많은 현장경험과 훈련을 한 현장 출동대의 현장행동이 맞습니다.

실제로 화재현장을 보면 왜 물을 빨리 안쏘냐, 왜 불나는데 창문에다 물을 안쏘냐 옆에서 거듭니다.
(불나는 집 창문에다 요구조자여부,화점 확인없이 직접 방수해버리면 불이 안으로 들어가서 내부 요구조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CPR현장을 가면 CPR하는 현장에서 왜 빨리 병원이송을 안하냐고 옆에서 사람들이 자꾸 훈수를 둡니다. (심정지가 오더라도 바로 병원으로 나르는것보다 현장에서 CPR 및 처치를 하고 병원이송을 하는게 소생률이 더 높다는 연구와 사례에 따라 그렇게 합니다.)

현장에서 영상을 찍고 그 영상이 인터넷에 돌기 시작하면 이 훈수는 배가 됩니다.
일례로, 최근 몇년전 화재 현장영상에서 눈앞에서 화재가 나고있는데도
한 소방관이 무전기들고 무전만하고 있다고 욕을 먹었습니다.

그 소방관은 하늘색 헬멧을 쓴 지휘팀장이었습니다.

지휘팀장은 관창을 잡지않고 한발짝 떨어져서 현장상황을 파악하고 출동대를 지휘합니다.
(실제로 어디대는 어디 방면으로 진입할지, 어디구조대는 몇층으로 갈지 무전으로 분배합니다.)

당연히 일반사람들은 모릅니다.
하늘색헬멧이고 검정색헬맷이고 눈앞에 불이 나있는데 관창을 잡지 않은 소방관을 욕할뿐이죠..ㅠㅠ

영상을 찍고 사진을 찍는것에 대해 뭐라할순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현장의 상황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포항직원분들 고생 많으셨어요...
#소방 #포항 #지하주차장 #태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