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육아

좋은 아빠는 어떤 아빠일까

현대모비스 · 행***
작성일4일 조회수5,966 댓글80

난 어릴 때부터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어릴 땐 막연한 생각이었을 뿐,
제대로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나의 딸이 생겼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매일 밤, 매일 새벽 우는 아기를 두고
아내와 함께 정말 고생을 했었다.
난 내 인생에서 군대가 가장 힘들었는데,
처음 겪어본 육아는 일이병 시절의 군대만큼 힘들었다.
매일 밤 끝나지 않는 불침번을 서는 느낌...?
그러다 해가 뜨면 바로 근무조 투입.

물론 이 시기에 양가에서 큰
물적/인적 지원을 해주셨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이겨내야 하는 건
나와 아내였다. 당연하다. 우리의 아기니까.

100일의 기적은 없었다. 그저 앞선 99일의 날들과 같은
100번째 날이었다.
그러다 130일쯤부터 깨는 텀이 길어지더니
160일쯤부터는 완전한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불침번이 면제되니 그나마 살 것 같았다.
수면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크게 깨달았다.

양질의 수면이 가능해지니 아기가 더 귀엽게 보였다.
그전에도 예뻤지만 내 심신에 여유가 생기니 더 예뻐 보인 듯하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가장 처음 말했던 "좋은 아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한 것이.
다행히도 좋은 아빠의 롤모델은 확실했다. 바로 나의 아빠다.
엄마도 늘 내게 말했다.
"너의 아버지 같은 아버지가 되고 나의 남편 같은 남편이 되어라"

나의 어릴 때 기억을 떠올려보려 노력했다.
아빠와의 어떤 기억이 나에게 가장 소중하게 남아있는가.
어떤 아빠의 모습이 나를 사람답게 만들었는가.

주 6일 매일 야근을 하고도 퇴근 후 항상 웃으며 날 안아주던 모습.
딱 하루 쉬는 일요일 나와 함께 놀러 가주던 모습.
약속한 가격보다 비싼 장난감을 조르는 나에게
약속을 지키라며 혼내던 모습.
혼낼 때 화를 내지 않으며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던 모습 등등.

많은 기억이 순서 없이 떠올랐다.
하지만 하나의 큰 맥락은
항상 내편이고 항상 친구 같으며 기댈 수 있는 아빠인 것 같다.

아직 아기가 돌도 안 지난 터라
이런 고민이 조금은 시기상조인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다양한 방법으로 고민하고 실천하려 노력 중이다.

다행히도 아기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퇴근하면 엄마보다는 나랑 더 붙어있으려고 한다.
휴직 중인 아내는 아기의 그런 모습에 은근히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오히려 좋아"라며 내가 퇴근하길 기다린다.

저보다 선배 아빠들이 많을 테고, 비슷한 고민을 다 해봤을 텐데
좋은 생각을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인기글 갔더니 아내도 보고는 제가 쓴거 아니냐고 물어보네요😂
허허헣

좋은 아빠는 어떤 아빠일까

댓글 80

NH투자증권 · p*****

좋은 아빠란, 결국 좋은 사람이 되는 일 같다고 생각함

나도 아이를 낳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이전보다 훨씬 더 진지해졌고,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더나은 곳이었으면 하는 마음, 비단 내 아이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음. 결국 그것이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그래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라고 생각해. 누구보다 시니컬하고 타인에 무관심하게 살아온 나도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일상에서 조금더 이타적으로 행동하려고 하고, 조금더 세상이 좋은 곳이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을 진심으로 갖게 되니까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아이가 울고불고 떼쓰는 모습, 장난삼아 밥그릇을 밑으로 떨어뜨리는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나에게 분노조절장애가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마구마구 화가나는 순간들이 찾아올거야

바로 그런 순간들을 어떻게 대처하며 넘어갈수 있는지가 좋은 아빠가 되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해

나도 여전히 끝없이 인격수양에 정진하고 있는 아들 아빠지만, 이렇게 세상에 좋은 아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마음이 들어

최근에 어디서 들은 말인데, 아이에게 가장 큰 선물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라고 하더라고. 아이와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행복한 기억을 계속 쌓아간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네

힘내자, 좋은 아빠!

두원공조 · 1********

모비스형 일단 글이 정말 잘 읽혀서 좋다.
문체도 내용도 깔끔 심플.
생각을 한참 정리하고 고민한 티가나서 멋짐.

나도 이제 겨우 두 돌 딸키우는데,
공감되는 부분이 많네.

나는 내 아이와 많은 시간 함께하면서
다정하면서도 내 일과 아이 모두에 최선을 다 하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

같은 아이 아빠 입장으로서 힘내보자구!!

서울특별시교육청 · i********

이런고민하는 모습 자체가 멋진 아빠가 될 거 같당
엄마에게 잘해주는 아빠만큼 멋진 아빠 좋은 아빠는 없을 거 같아 엄마아빠가 사이가 좋아야 자녀는 심리적으로 안정이 드니까.

새회사 · l*********

이야... 마음가짐 한 수 배우고 갑니다

한화솔루션 · 니******

원래 딸은 아빠를 더 좋아한다고 하네요.
- 아들 아빠

스타트업 · l********

고민을 진지하게 한다는것에서 좋은 아버지 자격 확보완료

한국철도공사 · p*******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좋은 아빠가 되고싶단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글과 댓글들을 보며 좋은 조언들 많이
얻고 갑니다 항상 화이팅 하십쇼 !!

롯데면세점 · l*********

끝없이 사랑하고 표현할것

코웍스 · x****

우리아빠 당시 주 6일 출근임에도 주말에 맨날 우리랑 놀아줌. 여름에는 바다 갯벌 맨날 데려가줌. 퇴근하고 늦게오ㅏ도 피곤한 내색없음. 아빠머리만지고 화장해주고 머리묶어주고 그래도 가만히 있음. 뭐라안함. 잘못했을 경우는 말로 얘기함. 때리거나 소리지른적 단 한번도 없음.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 다 까주심. 너가 까먹어 한 적 한번도 없음. 본인이 잘못한 경우 빠르게 사과. 잘못 안경우이도 바로 수정하고 정정함. 맛있는거 밖에서 먹을일 있으면 항상 새로 포장해서 집에가져옴. 내가 성인이 되어서도 뭔일 생기면 바로 달려옴. 내가 필요로 할 때 항상 있음. 내가 뭐 말하면 거기에 대한 평가하지않고 그냥 대화가 가능함.
결과: 덕분에 지금까지 친구같은 아빠! 집가다가 심심하면 전화하는 정도! 내 친구들 얘기 아빠랑 다 함. 내 친구들 이름도 다 알고계심 ㅋㅋ아빠 주변에서도 다들 신기해함. 뭐하면 딸이랑 친구되냐고 물어본다거 하심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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