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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호의가 둘리가 되는구나...

공무원 · |*******
작성일2022.05.05. 조회수1,035 댓글9

직장생활 4년차 내외인데 요즘 부쩍 회사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끼는 중임

이전에도 내가 호의로 다가가거나 먼저 사과해도 관계가 개선이 안되면 그냥 맘을 비웠거든?
좀 불편하긴 했어도 내가 뭘 더 해봤자 의미가 없을거 아니까 미련이나 후회는 별로 없었음

그런데 이번에 직장 후배한테 잘해주다가 제대로 현타가 왔네..

난 30대 초반이고 후배는 20대 후반임.
처음에는 후배가 밝고 사람들한테 붙임성 있게 잘 하길래 나도 좋게 보고 잘 지내려고 다가갔어.
그렇게 조금씩 친해지다가 나중에는 걔가 회사 사람 때문에 많이 힘들었던 속 얘기도 들려줄 정도로 가까워졌던거 같아.
나도 그 얘기 듣고 딱해서 더 잘 해주고 위로해줬고.

그런데 나는 내가 그렇게 잘 해주면 걔도 고마워하고 나한테 잘 할거라고 생각했나봐. 멍청하게..
걔가 인간관계나 업무로 힘든걸 내가 계속 들어주고 배려해주니까 나중에는 자기가 힘들면 나한테 막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거 같더라고.

몇가지 사례가 있었는데

한 날은 며칠 전에 잡았던 저녁 약속을 당일 퇴근할 때가 다돼서 파투내더라?
뭐 바쁘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면 그럴 수 있지.
그런데 그러면서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를 안 하더라고.
이때 찜찜함을 느끼고 거리를 뒀어야 했는데..
당시 나는 호구마냥 걔가 당장 힘드니까 다른 사람 배려할 여유가 없어서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감 ㅋㅋㅋ
나중에 이때 얘기를 했는데 지가 그때 많이 힘들어서 그랬다고 말더라. 역시 사과는 못 들음.

또 한 날은 내가 걔한테 실수를 해서 사과를 했어.
그런데 그 이후로 얘가 나하고 얘기할 때만 표정이 굳는거야.
나는 또 호구처럼 내가 실수한 게 있으니까 한번더 사과하고 관계를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했지 ㅋㅋㅋ
그래서 얘기를 꺼내니까 지가 요즘 힘든 일이 있어서 표정이 안 좋다. 이해해달라. 이러길래 또 그런갑다 했네.
그런데 그 후로도 계속 얘 표정이 안 좋아.
그러면서 또 거슬리는게 딴 사람들하고는 다 웃으면서 얘기를 해. 심지어 지한테 못되게 굴어서 힘들다고 하소연했던 사람하고도.
업무적으로 엮여 있고 상급자라 사회생활이니 웃으면서 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려 해도 그럼 난 뭐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오히려 힘들 때 위로해주고 잘 해줬던 사람인데? 이건 나 혼자 생각이 아니라 예전에 사이 좋을 때 걔가 직접 나한테 고맙다면서 했던 말임

그러던 중에 이번에는 걔가 나한테 실수를 했어.
보니까 이 실수도 걔가 나를 대하기 껄끄러워해서 생긴 실수더라고.
그래도 난 얘랑 얼굴 붉히기도 싫고 앞으로 그냥 평범한 직장동료처럼만이라도 지냈으면 해서,
니가 계속 날 불편해하니까 이제 나도 불편해지려고 한다.
계속 그러지 말고 마음에 안 드는게 있으면 얘기를 하고 직장동료로 서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으면 한다.
이런 얘기를 했음.

그런데 이에 대한 대답이 걸작이었음.
오늘 내가 현타 온 것도 이 대답 때문이고.

오늘도 지가 정말 많이 힘든 일이 있었대. 그래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한테도 표정이 안 좋았던 건데, 이제 이런 얘기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이 대답 보고 진짜 어이가 없더라.
처음에는 내가 미안해 해야하는 건가 싶었는데 이런게 가스라이팅이구나 싶었음 ㅋㅋㅋ

저게 개소리인게 아까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얘가 다른 회사사람이랑 웃으면서 대화하는걸 내가 요 며칠 계속 봐왔거든. 같은 사무실이라 내가 걔를 단편적으로 보거나 잘못 볼 일도 없고, 심지어 오늘 퇴근할 때에도 다른 직원이랑 웃으면서 대화하고 있었음.
지가 정말 남들 웃으면서 대할 여유가 없어서 나한테 그렇게 대했던 거라면 딴 사람들한테도 그랬겠지.

이러니 내가 어이가 없고 짜증이 났던거임.
차라리 내가 걔한테 무례하게 굴거나, 실수하고 사과를 안 했거나, 부담스럽거나 귀찮게 구는 등 잘못한게 있어서 그러는거라면 이해라도 해볼텐데;
지 입으로도 나한테 불만이 있어서 그러는건 아니라면서 다른 직원들한테는 잘 하는 사회생활을 나한테만 안 하는건 뭔데?

1. 나랑 말 섞거나 얼굴 마주치기 싫다는거
아님
2. 사회생활하면서 갖춰야 할 예의보다는 지 힘든 감정을 드러내도 괜찮은 만만한 사람으로 보는거

이거밖에 더 됨?

지금 내가 느끼기에는 지가 힘들 때 내가 배려하는걸 당연하게 여기고, 지 행동으로 내가 느끼는 무례함은 ㅈ도 신경 안쓰는 것으로밖에는 안 보임.

게다가 지가 얘기를 안 하는데 내가 지 힘든걸 어찌 알 것이며, 안다고 하더라도 배려하는건 내가 판단할 일이잖아?
이제 지 힘들 때 내가 물어보고 배려하는걸 당연하게 여긴다는 거겠지...

아무튼 그래서 글이 길어졌는데
이런 일로 내가 마냥 후배라고 좋게 생각하고 잘 해주려고 한게 멍청했구나 싶은 회의감이 들었음.

짜증도 엄청 나서 하소연하려고 글을 쓴건데
쓰다보니 그냥 수업료 내고 인간관계의 교훈을 얻어간다 생각하고 이제라도 걔한테 선 그으려고.

일기장처럼 되어버렸는데 어쨌거나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호의 #호이 #호구 #둘리 #배려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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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댓글 9

더핑크퐁컴퍼니 · l*********

요리보고 저리봐도 알수없는 둘리 둘리 호잇

GKL · f*****

어이구 미련이 많네.. 마음을 많이 줬나보네

카카오 · K****

이기적인놈이네 ㅋㅋ 가스라이팅 오지고

SBS · !*********

형을 만만하게 보는 거 같은데 조져

새회사 · l********

친하게 지내기 좋은 회사 사람이 있긴 하지만 우선 쟤는 아님

공무원 · g********

내가 볼땐 이성관계같은데? 너 쳐내는거임. 그만 작업걸어

공무원 · |******* 작성자

업무적인거 말고는 말 안거는데? 업무 얘기하는데도 표정이 돌아가서 빡치는거임

공무원 · 금******

나도 이 댓글에 공감함. 글만 보기엔 이것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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