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항덕 포스코형 덕력이 폭발하길래 화력지원 한번 해볼까해ㅋㅋㅋ

일단 나는 신검에서 탈락 후 파일럿의 꿈을 접고 방구석에서 하는 비심과 몇 달에 한번씩 벽심타러 다니는 낙에 사는 항덕이야. 지금은 사설 벽심 센터가 많이 생겨서 저렴하게(?) 비행을 해볼 수 있지만 3년 전 쯤만 해도 사설 센터가 많이 없었던걸로 기억하거든. 오버헤드패널의 스위치 누르는 느낌은 어떤지, 스로틀 미는 느낌은 어떤지, 요크땡기는 느낌이 어떤지 너무 궁금한데 해소할 길이 없었던거지.

그러던 참에 아시아나에서 풀 모션 시뮬레이터 유료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대서 알아봤는데 4시간에 130만원이라는 흉악한 가격을 보고 첨엔 기겁을 했어. 아무리 비행기가 좋아도 네시간 체험에 백삼십을 태우는건 미친 짓 아닌가 싶었지ㅋㅋㅋㅋ 그런데 계속 고민해보니 살면서 언제 실제 파일럿분들과 풀모션을 타볼까 싶기도 하고, 내 오랜 꿈을 이렇게라도 대리만족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구. 그래서 인생경험 해본다고 생각하고 눈 딱 감고 질러버렸어.(지금도 후회는 없음 ㅎㅎ)

예약하려니 이번달은 라인 훈련 스케쥴이 꽉차있어서 안되고 다음달에야 가능하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한달 뒤로 예약해놓고 설렘과 기대 속에서 한달을 보냈어.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체험일!

넓고 넓은 김포 아시아나타운에서 훈련센터를 찾아가니 담당자분께서 브리핑룸으로 안내해주셨고 조금 기다리니 교관기장님 한분과 PM봐주실 부기장님 한분이 들어오셔서 간단히 인사나눈 뒤 브리핑을 진행했어. 인천 게이트에서 시동절차 체험해본 뒤 이착륙 연습 후 국내, 해외 여러 공항에 가보고 난기류와 엔진아웃 등의 상황도 체험해보는 걸로 간단하게 브리핑한 뒤 시뮬레이터로 향했어. 시뮬레이터로 건너가는 브릿지(?)를 건너갈 때 어찌나 설레던지ㅠㅠ

콕핏에 앉아서 첫 느낌은 생각보다 계기나 스위치가 아기자기 오밀조밀한 느낌이더라구. 너무 예쁘고 저절로 "우와"소리가 나오는? 역시 PC랑 실제 콕핏은 천지차이더라는...

시뮬레이터 브릿지가 올라가고, 인천 여객터미널에 주기된 상태로 체험비행이 시작됐어. 시동절차부터 진행하는데, 스위치 하나하나 누를때마다 "이 스위치가 이런 감촉이었구나" 하면서 감동받았던 기억이 나. 푸쉬백 후 인천 33L까지 직접 택싱도 해봤는데 택싱도 쉽지않더라. 틸러의 묵직함에 1차 당황, 생각보다 훨씬 둔한 움직임에 2차 당황, 브레이크 잘못잡아서 비행기 울컥해버려서 3차당황...

우여곡절 끝에 활주로 라인업 후 테이크오프! TO/GA치니 스로틀레버 쭈욱 올라가는것도 첨봐서 너무 신기했음. 첫 이륙후 CMD 걸어놓고 MCP를 이리저리 조작하며 비행하다가 인천 33R에 오토랜딩으로 내려봤는데 비행기 혼자 엄청 나이스하게 내리더라구ㅋㅋㅋㅋㅋ 이어서 매뉴얼랜딩도 연습해본 뒤 제주, 나리타, 앵커리지, LAX, JFK등 다양한 공항에서 이착륙을 해봤어. 난기류를 뚫을때는 진짜 멀미날 정도로 흔들리고, 요크 돌리는대로 모션이 들어가니 시각 뿐 아니라 몸의 감각도 실제 비행하는 것 처럼 느껴져서 신기하더라.

엔진에 불붙은 상황도 체험해봤는데 그 급박한 상황속에서도 프로시져가 기계적으로 나와야한다니 새삼 파일럿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어.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다시 인천에 랜딩하는데 너무 아쉽더라. 유종의 미를 거두고싶었는데 하필 마지막 랜딩에서 플로팅해버려서 더 아쉽기도 했고ㅋㅋ 체험비행 종료 후 브리핑룸에서 간단하게 강평을 하고, 새로 들여왔다는 A350 시뮬레이터도 한 번 구경한 뒤 챙겨주시는 기념품을 받고 센터를 나섰어.

비록 시뮬레이터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내 손으로 스위치를 하나하나 조작해보고, 내 손으로 비행을 해볼 수 있었다니 지금 생각해봐도 참 꿈같은 기억이야. 아직도 같은 회사에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옆자리에서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셨던 부기장님(외국인기장 체크보는 줄 알고 출근했다가 왠 일반인이 와있어서 당황하셨다고...), 뒤쪽에서 잘한다고 기 살려주시던 교관기장님, 스케쥴 잡아주시고 여러모로 챙겨주셨던 훈련팀 담당자분까지 참 감사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곳에서 안전운항에 힘쓰고있는 운항승무원분들 존경합니다! 비행이 힘들땐 나같이 여러분들을 동경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생각하면서 힘내길 바랄게👍

#kamit2e

아시아나 센터 도착. 두근두근

744sim 영접...

출발 전 기념사진!

테잌오프~~

수료증까지 받았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