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 대한 인식 저하와 사회적 대우.

이게 젤 크리티컬하다고 생각함.

낮은 급여 모르고 들어온 건 아니고,
업무도 단순한 일만 하려고 들어온 건 아님.

연금은 비루해지고 별로 기대는 안함.

그냥 직업안정성 하나만 보고 쭉 가는건데, 나는 공무원이 적성에 맞는 인간이라 그냥 가늘고 길게 지금도 아주 만족스럽진 않지만 나쁘지는 않다고 버티고 있음.

어차피 지금은 근로소득은 답이 없으니 재테크 잘하려고 공부하고, 장기적으로 자기계발하기는 좋은 환경이고, 애 키우기는 좋다고 생각함.

난 그나마 공직에 있어서 대학원도 다녔고 유학도 다녀오고 여러 기회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한달 평균 35시간 이상씩 야근 하는 것도 익숙해졌고, 쫓기듯 일하고 퇴근하고도 번아웃도 올 때도 있었음

그래도 그게 약간의 소명의식이라고 해야하나, 봉사정신이라고 해야하나.

우선은 나를 위해, 나아가서는 조직을 위해, 더 나아가서는 사회와 국가를 위한다는 마음이 그래도 없으면 못버텨

근데 봉사 다녀보면 얻는 뿌듯함은, 봉사 대상으로부터 보람을 느끼는 거 아니겠음?

재난 터지면 출동해서 수습하고, 들어오는 민원 쳐내고, 내 일은 내 일대로 하고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일하는 거

이건 쉬운 게 아니야

직장에서 보람찾지 말라는 건 하는대로 돈이라도 많이 받는 사기업이나 사업에서나 통용되는 말이지, 공무원 조직에서는 보람 없으면 애초에 일을 왜 해야하는 지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누칼협 꼬이직 계속 듣다보니 나도 헷갈리는데, 나같은 마인드 공무원들 그래도 아직은 많은데 더이상 도망가면 우리나라 행정도 유럽꼴 나는데까지 얼마 안걸릴 걸

그래도 나때는 '공무원 됐으면 뭐라도 됐다' 이런 생각은 있었단 말이야.

사회적으로도 공무원이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대우도 눈에 보였고

그 마음으로 20년 30년 버티면서 정년까지 끌고가는게 공무원이 버티는 유일한 길인데

지난 6년동안 공직 겪어보면서 큰 변화는 사람들이 공무원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엄청 바뀜

공무원들이 봉사자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니, 점점 더 많은 걸 요구하더니 이제는 값싸게 부려먹을 수 있는 노예 수준으로 여기는 거 같은데, 이게 제일 잘못됐다고 생각해

성과를 낼 필요가 없는 무사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조직에서 보수적으로 일하는 조직원들은 동기부여가 안되며 의욕이 사라지고, 그럼 더 나빠질 뿐임

이제는 공무원 시켜줘도 안한다, 왜하냐, 유튜브 쇼츠 보면 월 700버는 쿠팡맨보다 못하다는 인식(배금주의 사회로 바뀌어가니까 이해는 하는데), 부사관을 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흔히 사회에서 할 게 없으니까 군대에서 일한다는 것처럼 격하된 직업 인식이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확 꺾어

처우개선이 좋아지면 좋지, 근데 현실적 문제로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소신있게 일하는 공무원들 발목잡고 힘빠지게는 하지 말도록 정책적으로 푸시해주는 게 제일 우선이라고생각함.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들 정신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주고, 부당한 지시나 민원은 단호히 거부할 수 있어야하고, 시비성으로 송사에 휘말리면 조직이 적극적으로 보호해줄 수 있는 역량과 능력을 갖추고 제도적으로도 정비해야지. 열심히 일해도 감사 걸리고 소송 걸리고 윗대가리들은 나몰라라하고, 재직 중에 암걸리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게이해가 간다

규정에 있는대로 처리하면 책임을 묻지 않도록, 부당하게 짬처리 당하지 않도록, 일하면서 전문성 향상시킬 수 있도록, 윗대가리들이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구조를 바꿔줬으면 좋겠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