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뜬금없이 모 의원이 '상속세 미술품 물납제'를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누가 보더라도 이게 삼성 이재용의 상속세를 굳이 현금이나 보유 지분을 팔지 않도고 해결하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 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속 보이는 법안을 이제 와서 준비하는 놈이나 또 그걸 의뢰한 삼성 측이나 대가리들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삼성의 미술품 애호는 오래되었다. 호암미술관이나 리움미술관에 가득찬 미술품도 대단하지만, 거기에 전시되지도 못하고 용인 창고에 쌓여 있느 미술품은 더더욱 대단하다고 한다. 삼성의 미술품 수집은 창업자인 이병철회장이 일본으로 부터 국보급 문화재를 되사오면서 부터 널리 알려졌다. 그리고 이 시기에 중요한 법이 하나 만들어진다. 바로 미술품에 대해서는 수입 통관시 관세를 물리지 않게 하는 법이었다. 이 법은 당시 이병철회장이 잃어버린 국가문화재를 되찾아 오는 일에 세금을 징수해서야 옳겠냐는 식으로 정치인들을 설득해서 법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도 미술품에 대해서는 수입 관세가 없다. 그런데 수입 관세가 없는 것은 그 관세 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 즉, 관세청에서는 미술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할 수 없기 때문에 미술품의 수입에 대해 별도의 관리릃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미술품 수입에 대해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입되는 그 그림이 얼마 짜리 인지를 굳이 알 필요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세청에서도 그 그림의 수입자가 무슨 돈으로 그 그림을 샀는지를 따질 수도 없고, 또 따지지 않아도 된다. 해외에서 꼴랑 몇백만원 짜리 명품 가방을 사더라도 그 거래 내용이 관세청에 자동 통보되어 입국 검사 시 세금을 물게 되지만, 수백억짜리 그림은 그런 거 없다. 그냥 가져오면 된다. 얼마 짜리인지 묻지도 않고, 자금 출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기업이고, 해외 거래가 무척이나 많은 기업 중에 하나다. 특히 국내 제조 상품을 해외에서 판매한다거나 A국에서 제조한 제품을 B국에서 판매하는 등 국제 거래가 엄청나게 이루어지고, 이전 거래가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제적인 비자금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는 회사다. 가끔 가다가 탐사추적 프로그램에 삼성전자의 이상한 해외거래가 비자금 조성 목적 거래가 아니었나 하는 의심을 갖게 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되기도 하지만 그건 코끼리 발톱에 묻은 쥐똥도 안되는 것일 것이다.

해외에서 조성된 비자금의 대부분은 아마도 조세 도피처의 차명 계좌를 이용해 '외국인'의 명의로 국내 자본 시장에 상당히 들어와 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밤길에 비단 옷 입기 식으로 '내 돈'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돈이다. 실질적인 소유가 대기업 총수 것일지라도 그 돈으로 국내에서 상속세를 낸다거나 하는 식으로 쓸 수는 없는 돈이다.

하지만, 만약 해외 비자금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인다면?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고가의 미술품에 대해서는 관세청은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을 권리(!)가 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국세청은 그 미술품의 수입에 대해서 전혀 모른척 할 수 있고, 또 그 자금 출처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다고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래서 수조원일지, 혹은 수십조원일지 모르는 해외의 비자금이 미술품의 형태로 용인에 있는 삼성가 창고에 쌓여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전 세계적인 미술품 거래의 큰 손으로 이름 날리는 것은 소박한 덤일 뿐이다.

이렇게 조성된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내게 된다면, 기업의 비자금, 즉 경영주가 기업으로 부터 훔쳐낸 돈으로 자신 개인의 상속세를 내는 것과 같은 꼴이 되는 것이다. 회삿돈 훔쳐서 개인 상속세 납부라... 재벌들에게는 꿈 같은 일일 것이다. 앞으로도 만약 신생 재벌 누군가가 미술품 수집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이런 이유가 아닌가 하는 의심부터 할 수 밖에.

그나저나 미술품으로 상속세 물납을 할 수 있는 법을 발의하는 새끼는 모르긴 해도 큰 거(?) 하나는 받아먹었거나 약속 받았지 않나 싶은 의심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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