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나에게 있었던 일을 들려주고 싶어.
엄청난 일 아니고 아주 소소한 일인데, 그냥 내 마음이 참 평안했던 일이라서.

난 나는솔로 애청자야^^;;
나는솔로를 보면서 뭔가 먹고싶어서 배민으로 롯데리아에서 혼닭과 감자튀김을 주문했어.
그리고선 배달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한 40분 지나니까 배달 완료로 뜨더라; 난 물건을 안 받았는데;;;
어이없고, 얼마 안 되는 돈이긴 하지만 날리는 건가 싶고, 약간 화도 나고,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이 들더라구ㅜ

그래서 매장으로 전화를 하니 전화를 안 받아... 문닫은 것으로 보임.
그래서 배민 고객센터로 전화했어.
그랬더니 고객센터 직원이 많이 불편하셨겠어요~하면서 날 걱정해주시더라.
그 말에 살짝 속상했던 마음이 누그러졌어☺️
고객센터에서 자기네가 알아보고 다시 전화줄 테니 좀 기다려줄 수 있겠냐고 하더라.
그래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더니, 상담원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했고, 나는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했어.
근데 한 1~2초 정적이 흐르더니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러더라. 난 그냥 인사처럼 감사합니다 라고 한 것 뿐인데, 상대는 나에게 따뜻한 말을 들어서 나에게 되게 고마워하는 느낌이더라구. 살짝 당황했지만, 여하튼 그렇게 전화를 끊고 한 10분 기다렸어.

롯데리아 사장님인지 직원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어. 확인해보니 배달이 다른 동으로 잘못 갔대. 그러면서 죄송하다고, 다시 픽업해서 재배달을 보낼건데 혹시나 못먹겠으면 다시 연락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알겠다고 했어.

잠시 뒤, 배달이 왔어.
상태를 봤는데 닭은 약간 미지근 따뜻 그 정도고, 감튀는 식었더라구.

그 때 전화가 또 왔어. 이번에는 배달하는 업체 사장님이었어.
자기네 기사가 잘못 배달해서 죄송하다고, 음식이 못먹겠다 생각되시면 자기네 측에서 반품처리 다 하고 해결하겠단 식으로 말씀하시더라구.

갑자기 난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
뭐 다 이렇게 나한테 죄인처럼 다들 죄송하다 그러고 다 책임져 줄 듯이 얘기하니까... 이게 뭐 별 것도 아닌데.. 좀 기분이 묘하더라구.

그래서 난 내가 보고 느끼는대로 얘기했어.
사실 좀 식어서 맛이 없을 것 같긴 하다, 근데 그냥 먹겠다, 뭐 큰 돈도 아니고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는 거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시라...
그랬더니 배달업체 사장님이 나한테 감사하다고 여러번 말씀하시더니, 혹시나 다음에 고객님 집에 배달 갈 일 있으면 자기네가 뭐라도 더 챙겨보내겠대.
뭘 챙겨보내주신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ㅋㅋ 아무튼 나도 그렇게 말해주니 기분이 좋더라. 진짜 뭘 더 받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 그냥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어.

그리곤 롯데리아에도 연락해서 배달받았고 식긴했는데 그냥 내가 먹겠다고 했고, 그 쪽에서도 감사하다고 하고 통화를 끝냈어.

결과값만 보면 난 분명히 손해(?)잖아. 배달도 제 때 못받아서 여기저기 신경쓰며 전화돌리고 식은 음식 먹고..
그런데도 난 기분이 안 나쁘고, 뭔가 기분이 좋더라.
속상하다고 누군가에게 내 기분을 표출했을 때보다도 더 기분이 좋았어.
내가 어떤 것이 잘 안 되었다 얘기하고, 그것에 대해 실수한 사람이 잘못을 인정하고, 그래서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나에겐 더 감동이 됐던 거 같아.

세상이 이렇게만 돌아가도 참 좋을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