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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와 수련과정의 이해

삼성전자 · y********

어떤 이들은 의사 월급이 500도 안된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의사 월급이 세후 2000이상이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의사가 주 80시간 이상의 격무에 시달린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의사가 주4회 오전근무만 해도 몇천씩 벌어간다고 한다.
이 둘은 어떤 차이일까? 둘중 한쪽은 잘못 알고 있는걸까?

사실 이 두 주장은 둘다 맞는말이다.
정확히는 '수련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오해이다.
수련과정은 문명이 태동하면서 항상 존재해왔던, 어떻게보면 역사가 깊은 하나의 문화이다.
예를들어, 무술을 배우려면 사부밑에 들어가서 몇년동안 마당을 쓸어야 비로소 한초식씩 배우게 되는 케이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수련과정은 도제식 교육의 산물로, 혼자 습득할 수 없는 양질의 교육을 1:1 혹은 1:다수로 사사받아야 할 때에 나타난다. 배우는 입장에서는 책이나 공개된 자료로 배울수 있는데에는 한계가 있고, 지식을 전달해줄 사부 혹은 선생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가르칠수 있는 시간과 노력에 한계가 있기에 제자를 들일 때에 자신을 보조해줄 수 있는 사람을 들이고 또 얼마나 충실히 보조했느냐에 따라 사사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수련과정의 특징은, 수련과정 기간에는 사실상 경제적 이득을 거의 기대할 수 없고, 격무에 시달리며, 어떤때에는 업무 외적인 인간적인 수모도 참아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견 부당해보이는 대우를 받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수련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얻게되는 보상이 수련과정 중의 희생보다 더 가치있기 때문이다. 결국,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의 이해관계가 맞아 생겨난 것이다.

문명화된 사회에도 여전히 수련과정이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교수 밑에서 배우는 대학원생+포닥, 그리고 의대교수 밑에서 배우는 인턴 및 레지던트+펠로우, 그밖에 요리사, 여러 기술 직종 등 도제식 교육이 필요한 여러 분야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오히려 인턴이나 레지던트는 다른 수련과정보다 훨씬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이공계 대학원은 레지던트와 달리 6년은 거의 최소기간이고 8년 10년 기약없이 늘어지는경우가 많으며, 월급도 150이면 정말 많은 편이고, 업무강도도 주 80시간-100시간에 달한다. 세후 300-500사이를 받고 이제 세금으로 보조금까지 받는 레지던트는 수련과정 중에서는 정말로 대우가 좋은 것이다.

수련과정이라고 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이 없어지는건 아니지 않는가. 모든 수련과정의 대우를 개선하면 되지 않는가. 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이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법적으로 강제한것도 아니고 특정 사회에서만 나타나는 문제 현상도 아니고, 그저 양질의 지식의 전달체계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발생한 자연스런 현상이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 100만원씩 보조금을 준다고 하자. 그러면 결국 원래 월급을 주던 재원을 빼서 연구비로 돌리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물론 더 많은 보조금을 학생들 계좌로 바로 꽂아주는 방법이 있을수 있고, 그런 시도가 인건비풀링제라는 이름으로 실제로 행해져왔다. 하지만 그 경우 막대한 세수를 소모하게 되고 정치적 부담을 안게된다. 이공계 대학원생들을 그나마 먹여살린 BK21을 바보코리아라고 멸시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위에서 말했다시피 수련과정은 학생과 노동자의 중간정도에 위치하고, 그래서 법으로 보호하기가 어렵다. 주52시간 적용도 잘 생각해보면 복잡한 문제임을 알수가 있다. 우리는 학창시절에 얼마나 공부를 했나? 주 80시간 넘게 어떤때는 100시간넘게 공부했다. 학생에게 주52시간 공부제를 도입한다면 어떨까? 이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역시 수련기간에 주52시간을 도입하는게 왜 말이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돈을 받으니 근로자라고? 그러면 돈을 아예 안 주고 학비랑 식비 정도만 돌려주면 문제가 해결될까? 돈을 아예 안 주면 대학원생과 인턴레지는 노동자가 아니라 학생이니 격무가 정당화되는걸까?
모르는사람들에겐 꽤나 놀라운 사실일지 모르겠다. 사실 이게 수십년전의 대학원생과 인턴레지의 처우이다. 돈을 아예 안주고 살아갈수 있는 최소한의 보조만 해주는. 학생이 공부를 할 수 있게 인프라를 제공해주고 교육을 제공해주는데 왜 돈까지 줘야하냐는 논리이다.

나도 이러한 수련과정을 겪은 이로서, 이 제도의 정당성이나 정책방향에 대해 논의하려는건 아니다. 다만, 인턴이나 레지던트의 업무강도와 보상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수련과정에 대한 맥락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이렇게 말하면 분명, 이제는 전문의로서 기대되는 보상이 인턴이랑 레지던트동안 희생하는 것보다 적기 때문에 이제는 전공의를 그만두는(혹은 더이상 하지 않는) 것이다 라고 말할사람들이 있겠지만. 최소한 지금 당장은 그렇게 말할수가 없다. 지금 전공의들이 행하는 것은 엄연히 파업이고,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수련과정의 본질에 대한 논의와는 벗어나있다.
해당 논의의 본질을 보려면, 의대가 증원된 상황에서 전문의를 따기위해 전공의가 유입되는지 아닌지를 관찰하면되고, 나는 그런 상황이 되면 전공의 처우의 현격한 개선 없이도 전공의가 다시 충분히 공급되리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의 전문의의 지위는 사실상 반신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지금 너무나 많은 논리와 사실들이 뒤섞여있지만,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써본다.

댓글 4

공무원 · 보****

수련과정이라고 주장하는 전문의 취득 전의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뿐 아니라 전임의(펠로우)

그리고 이미 전문의로서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강사나 조교수 저년차까지도 근무시간은 과도하고 월급은 세전 1억이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통 이 정도 되면 거의 40세인데 과장급 내 월급하고도 별로 차이 안나고.

전문의 수련과정은 의료인 면허도 아니고 면허 이후의 추가적인 자격일 뿐인데 개인의 선택의 영역이 맞지. 국가에서 처우 개선을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면 그 자체는 내버려 두더라도 사직 등 개인의 권한은 좀 더 폭넓게 인정하는게 맞다.

의사 · i*********

그걸 법적으로 강제한 게 최저시급이고 근로기준법임.
수련과정을 정당화하면 열정페이 대기업 무급인턴도 되는거고, 대기업 신입사원 풀야근에 수당 없이 굴려도 되는 사회가 찾아옴.
그냥 기대보상이 있으니까 악깡버해라 니들이 선택한거지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하면 문제 해결이 안돼. 다같이 더 고생하는 사회로 가는거지

근데 작금의 전공의는 그 최소한의 기준이었던 최저시급도 못받고, 근로기준법 적용도 안받아서 사실상 사각지대에 있는 게 맞아.
주 100시간도 40시간 연속근무를 일주일에 두 번씩 하고 하니까 과로사도 계속 나오고... 문제가 많음

물론 대학원생들 고생하는 거 다 알지. 근데 다른 사람들도 고생한다고 해서 다같이 고생하라는 건 말이 안되잖아. 문제를 다같이 해결해야지.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대학원생은 본인 활동이 당장 수익성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전공의는 본인이 병원에 내주고 있는 매출이 월급의 수십 배는 돼.

비공개 · l*********

대학원생 = 일반인
(4년 학부과정 마친 석박사과정 대학원생)
전공의 = 의사
(6년 학부과정 마치고 국시 응시 후 의사라는 면허를
가진 전문직임
ex:본인 이름으로 개원도 가능 )

베이스 자체가 다름
비교 ㄴㄴ 해

의사 · 고*******

박사님들 고생 많이 하셔서 학위 따는거 맞지. 페이도 150 정도가 사실이라면 동년배 전공의보다 낮은거 맞고. 근데 난 이 페이의 차이가 책임의 차이라고 봄. 박사 과정생들은 책임이 없다는건 아닌데 전공의들은 사람 생명 다루기 때문에 돈을 더 받는듯? 박사 과정생이 태업하면? 그냥 박사를 못따는 결론이 나겠지. 전공의가 태업하면? 전문의를 못따는건 당연한거고 환자가 죽잖아? 환자가 죽으면 17억 소송빔 맞잖아? 응급실 전공의 1년차가 대동맥박리인가 뭔가 놓쳐서 유죄판결 나기도 했고. 박사 과정생이 일을 잘못했을 때 법원가서 유죄판결 받는 상상은 쉽게 하기 힘듦. 실책이 아닌 고의로 횡령이나 연구조작을 하지 않는 이상에서야...
그래서 난 저 둘의 월급차이는 일이 잘못돌아갔을 때 책임의 차이도 어느정도 있다고 봄. (책임의 무게 만큼 올바르게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차치하고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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