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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 느낀점 화재편

공무원 · l*********

2023.06.24. 672 34

고인물 N년차 구조대원임. 소소하게 화재현장에서 느낀점을 적음.

화재편이라고 글쓰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엄청난 능력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것이 아니며, 건강한 사지와 마음(사명감)이 있다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는 불에 들어가는 직업입니다.
다시 말해서, 들어가서 불을 안끄면 타죽습니다
다른 무엇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불은 붙으면 꺼지기 마련이죠.
화마 앞에선 강한놈 약한놈 모두가 평등하며
화재진압에서 날라다는 사람의 눈엔 가끔 광기가 보입니다.
정말 쓸 얘기가 많지만 가독성을 위해 20번씩 나누어 적겠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규모있는 화재 기준입니다>>

<화재 출동 편>

1. 화재 지령 수신 후 화재 벨소리가 울리면 각자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ㄱ.아 깜짝이야 ㄴ. 제발제발제발 ㄷ. 또야? ㄹ. X댓다 ㅁ. 저거 뭐래냐??
등등 천가지도 댈수있을것같다.)

2. 그 사람들 중 눈에 광기가 이미 보이기 시작한다.

3. 가끔 방송인줄 알았네 하는 경우도 있음.

4. 옆에 놈은 방화복 입는 속도가 5G급임.

5. 옆에놈은 거리가 10키로가 남든 20키로가 남든 항상 풀무장임.

6. 출동 시 듣는 사이렌은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며 엄청난 각성효과가 있음.
이 더러운 화마야 덤벼라!
이 순간 만큼은 내가 존나카리스마 있는 대한민국 소방관임.
그러나 화마 앞에선 모두가 평등함.

7. 보통 신규들은 불만 보면 날뜀. 투우하는 소가 빨간것 보는 듯한 그런 광경을 목격 할수 있음.

8. 날뛰다가 빨리 퍼짐.

9. 약 공기통 반정도 썻을때 혼자만 몇시간 진압한 얼굴임.

10. 화재 현장은 상당한 다이어트 효과가 있음.
(진압,호스 끌기, 망치질, 도끼질, 장애물 극복, 인명검색,구조 등)

11. 들어갈때 앞놈 뚜껑이랑 나올때 앞놈 뚜껑이 다름.

12. 들어갈땐 누군지 알았는데 작업 중 앞놈이 누군지 모름.
밑에 동생인줄알고 하이바 치면 팀장이 뒤돌아보는 경우도 종종있음.

13. 하이바 맞은놈도 뒷놈이 누군지 모름.

14. 화재 현장 속엔 칠흑같은 어둠이 존재함.

15. 불구덩이 사우나가 따로 없음.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온도임.

16. 공기통 바꾸러오면 다들 헤어스타일이 왠만치 통일됨.
포마드 한놈이건 파마 한놈이건 앞머리를 송아지가 한번씩 핥고 지나감.

17. 공기통 바꾸면서 내뱉는 한숨의 담배연기는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음. 짭쪼름한 땀마저 맛있다고 느낌.(날뛴놈의 탈수 초기증상)

18. 그렇게 현장 재진입 시 측은하게 보는 눈빛들이 늘어나고 경찰분들 옆의 경찰차를 눈독들이게 된다.
순마타고 튀고싶다.

19. 존나 카리스마있는 소방관은 어디가고 없고 빨리 집가고 싶고 이 모든게 끝나고 싶은 애송이 찡찡이로 바뀌어있음.

20. 철수하세요 라는 무전을 들으면 원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며 주인만난 강아지가 되어 신나게 돌아감.
#오운완

<화재 복귀&정비편>

1. 주인 만난 강아지는 차에 타자마자 한숨이 나옴
(방화복 세탁, 장비 정비 등등)

2. 후배를 향항 고참의 피드백과 잡담이 이어짐
(ㄱ. 이x끼 아까 어딨었어 ㄴ. 장비 뭐가뭔지몰라?
ㄷ. 니가 박태환이냐 공기를 얼마나 ㅊ ㅕ 먹어
ㄹ. 점심뭐냐 ㅁ. 불났으니까 상한가 갔나 함봐라
ㅂ. 야식 먹을래? 등등)

3. 복귀 중 다른 출동나가는 소방차를 보면 짠하고 안쓰러움.

4. 창가 혹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또 다시 취하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함. 2차 원기회복 실시.

5. 복귀 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개인보호장비 먼저 세팅함(방화복,면체[숨쉬는 마스크], 공기통 등등)

6. 가끔 안색이 안좋은 직원이있다.
(열심히 날뛴 결과)

7. 차고에서 사무실로 이동 할때 몸이 가벼워 날아갈것같으며 이 차고 먼지마저 상쾌한 공기같음.
세상이 아름다움.

13. 샤워를 마치면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오늘 화재는 더 없게 해주세요.

14. 경건한 마음으로 다시 화재 출동에 임한다.
이땐 거의 울상이다.

15. 세탁기에서 세탁물을 찾을때 이 빤스와 양말이 누구의 것인지 다들 알고 있다.

16. 커피 한잔 하면서 복기 등 대화 중 이 사람도 어느날 갑자기 내 옆에 없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17. 가끔 날 힘들게하면 빨리 딴데 발령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함.

18. 꼭 이런날 출동이 몰아서 온다.

19. 복귀 후 의자에 앉아서 행정업무보는게 무척이나 재미있다.

20. 복귀 후 고참들이 1시간 정도는 따뜻하게 대해준다.

21. 그 후에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외 평상시 화재관련>
🥳코끼리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1. 뉴스에 화재 뉴스가 나오면 와 쥐롤났네, 고생하겠네 하고 봄

2. 대응 2단계 혹은 3단계 소리가 들리면 오감이 예민해지며 특히 청각이 엄청나게 발달함.
동원령 소리나오면 똥마려운 강아지로 빙의함.

3. 신규들은 대개 최고의 명예소방관이 되어있음.
날뛰던놈 퍼진놈 아무것도 못한놈 진짜 잘한놈
다똑같이 동기들끼리 현장 영웅담과 나 오늘 화재 갔다옴 얘기를 함. 오래함.

4. 오늘 화재도 없고 좋네 라고 말한놈을 속으로 욕함

5. 고참들은 역시 베테랑인가보다 녹초가 될만한데도 피곤함이 보이지않는군. 자리에서 인기척이 없고 간혹 코고는 소리가 들려온다.

6. 현장과 행정은 별개이다. 항상 서무는 일이 많다.
현장에서도 잔소리 삼실에서도 잔소리.
막내야 미안하다.

7. 가끔 가족이나 친구들이 전화온다.
여기 불났는데 너도 오냐?

8. 가끔 뉴스보고 전화온다. 너도 가냐?

9. 그러면서 안부를 나눈다. 가족은 걱정이 너무 많다. 나가뒤지라던 내 친구들도 그때 만큼은 죽지마라 라고 말해준다.

10. 여름이 오면 더운데 불어떻게 끄냐고 걱정이 한가득이다.(폭염 날씨엔 쓰러지는 직원들이 생긴다)

11. 겨울이 오면 추운데 불어떻게 끄냐고 걱정이 한가득이다.(방화복이나 공기통 입구가 얼기시작한다)

12. 비가 펑펑 쏟아지는 날에도 화재가 나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13. 우리나라에 화재가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14. 입사 전 까진 밖에서 화재를 본 적이 없으나 지금은 눈알이 개화를 했나 화재(각종현장)들이 눈에 잘들어온다.

15. 필자는 화재로는 사는 아파트 화재 , 시장 화재 초기진압 한적이 있다.
나의 생각 따윈 뇌를 거치지 않는다.
가오가 몸을 지배하여 소화기를 들고 그저 뛸뿐.
훈련이란게 참으로 무서움을 느낀다.

16.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 가야되는게 포인트라는 것을 알지만 왜인지 모르겠으나 좀처럼 발이 걸을 생각을 안한다. 주된 멘트는 '아히~할일한거에효~'다.

17. 가끔 내가 활동한 화재 현장 사진을 받는데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근데 자세히 보니 내가 아닌 다른 직원이다;

18. 티비 프로에 아는 사람이 나오면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뉴스에 나오면 말로 표현할수가 없다.

19. 나에겐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20. 고귀한 직업임을 오늘도 다시 되새긴다.

First in Last out. 지랄말고 다치지나 말어라.

오늘도 모든이들의 행복과 소소하게 누릴수있는 자격들이 안전했으면 좋겠다.

회사에선 이런 멘트를 쓰면 어우야 손발이어쩌구 쥐로리 어쩌구저쩌구 하지만 나도 써야즹ㅋㄷ

살려서 돌아오라. 살아서 돌아오라.

다들 즐주!

https://www.teamblind.com/kr/post/%EC%86%8C%EB%B0%A9%EA%B3%B5%EB%AC%B4%EC%9B%90-%EB%8A%90%EB%82%80%EC%A0%90230528ver-OA1aTdUo